쫓겨난 권력자 - 이보람 예향부 차장
2025년 03월 12일(수) 00:00
인류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로 꼽히는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 이라크의 전쟁 범죄자인 사담 후세인, 스스로를 ‘살아있는 신’이라 칭한 루마니아의 오랜 독재자 차우셰스쿠, 아프리카를 42년 동안 지배했던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무한한 권력을 누릴 것 같았지만 결국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독재자들의 이름이다. 국제 전문 PD 박천기가 최근 펴낸 신간 ‘쫓겨난 권력자’에는 현대사에 폭군과 독재자, 혼군(昏君)으로 기록된 19명의 권력자가 등장한다. 한때는 국민 영웅으로 칭송받았으나 결국은 독재자가 되어 어떤 최후를 맞는지 보여준다.

저자는 리처드 닉슨의 은폐와 거짓말, 남아공 제이콥 주마의 내란 선동, 아이티 뒤발리에의 광적인 주술 집착, 볼리비아의 셀프 쿠데타 의혹 등의 사례를 보며 소름끼치는 기시감이 느껴졌다고 말한다. 거짓뉴스와 선동으로 정치를 하고 민주주의를 훼손시키는 것은 물론 ‘주술 정치’로 국정을 혼란에 빠트린 대한민국의 현 상황을 보고 있는 국민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독재자들 가운데 스스로 물러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스스로 물러날 정도의 양심이 있었더라면 애초부터 부패한 권력자나 독재자가 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들의 최후는 대체로 비참했다. 무솔리니는 성난 군중들에 의해 주유소에서 시신이 거꾸로 매달리는 능욕을 당했고 후세인은 자신이 수많은 사람들을 처형했던 곳에서 교수형에 처해졌다. 총살을 당한 차우셰스쿠 부부는 몸에 명중한 탄환만 120발에 달할 정도로 국민들의 분노가 드러났고 총살 장면은 고스란히 녹화되어 전 세계에 퍼지기도 했다.

잔인한 독재보다 위험한 것은 무지한 독재라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무서운 건 본인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 정책 실패에도 “나는 잘하고 있다”, 민주주의 후퇴 논란에도 “문제없다”는 태도다. 본인의 실언과 무례한 태도조차 인정하지 않는다.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 정점에 오를수록 추락은 더욱 비참하다. 역사적 독재자들의 실패를 교훈삼아 스스로 ‘쫓겨난 권력자’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지 않기를 바란다.

/boram@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