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 김지을 정치부 부장
2025년 03월 10일(월) 21:30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이 노랫말처럼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고 우리도 하루빨리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내란수괴 윤석열 피고인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법정에서 언급되면서 39년의 세월을 거슬러 소환된 노래는 1980년대를 풍미한 포크 듀오 시인과 촌장의 ‘풍경’이다. 노래가 수록된 시인과 촌장의 2집(1986년)은 싱어송라이터 하덕규가 기타리스트 함춘호와 합작해 만든 앨범으로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14위에 올랐을 정도로 명곡들이 가득하다.

국회측 대리인단으로 나선 장순욱 변호사는 지난달 25일 “제가 좋아하는 노래 가사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라며 2개월간 이어진 탄핵변론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반복되는 노랫말은 모두가 원하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 지 고민하게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풍경은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있는 국민을 위로하면서 평온한 일상을 희망하는 바람을 담아 자주 소환되는 노랫말이기도 하다.

1991년 이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사랑·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온 대형 광화문글판(가로 20·세로 8m)에 쓰여질 30년 기념 문안(2020년) 공모에서도 ‘풍경’이 선정됐었다. 당시에는 코로나19 장기화를 이겨내고 하루빨리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바라는 희망을 담았다.

지난해 12월 3일 이후 평온한 일상을 빼앗겨버린 삶이 계속되고 있다. 45년 만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국민들에 대한 사죄는 커녕 분열과 선동을 조장하는 궤변을 이어가고 있는 대통령과 추종 세력들, 내란특검을 거부하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에도 헌법재판관 추천을 미루고 있는 권한대행,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한 법원 판단을 받아들여 즉시항고 하지 않은 검찰 등 비정상적 풍경이 지배하는 일상을 3개월 째 살아가고 있다. 망가진 일상을 하나하나 제자리로 돌려놓아 모든 게 평범해지는 풍경, 지역민들의 바람이다.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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