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의 시간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5년 03월 09일(일) 22:00
1988년 창설된 헌법재판소(헌재)가 올해로 출범 37년째를 맞는다. 헌재의 심판 중 가장 주목을 끈 사건은 ‘2004헌나1’과 ‘2016헌나1’ 판결이다. 전자의 피청구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 후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노 대통령은 헌법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위반, 박 대통령은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및 공직윤리법 등 위배 건이었다. 노 대통령 결정문은 51쪽, 박 대통령은 88쪽에 달했고 결정문 낭독시간은 각각 25분, 21분이었다. 결과는 인용과 기각으로 극명하게 갈렸다.

두 대통령의 운명을 가른 판단 기준은 법 위반의 중대성이었다. 헌재는 노 대통령에 대해서는 국민투표로 본인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거나 총선을 앞두고 여당을 지지한 발언 등이 공직선거법상 선거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단, 법치국가의 정신과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했으나 국가적 피해가 대통령직을 파면할 이유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 사건에서는 최서원(최순실)의 국정 개입 허용, 권한남용 부분과 관련해 대통령이 공무상 비밀문건을 유출하고 최씨의 사익 추구를 돕는 과정에서 위반 정도가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 대통령 사건은 여러 모로 닮았다. 둘 다 30여명의 증인을 신청했고 헌재가 무더기 기각하자 법률 대리인단은 ‘심판 공정성을 문제 삼아 중대 결심을 할 수 있다’며 반발했다. 박 대통령 때는 박한철 헌재소장이 2017년 1월 임기만료로 퇴임함으로써 이정미 권한대행 체제에서 8인 심리가 이뤄졌다. 이정미 권한대행도 같은 해 3월13일 퇴임을 앞둬 선고일이 3월10일로 잡혔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3월 중 내려질 것이라는 예측도 4월 18일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를 고려한 때문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를 예측할 수 없으나 박 대통령 탄핵 결정문을 통해 주문의 내용은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보수 대 진보라는 이념의 문제보다 헌법적 가치가 우선한다. 오늘의 선고로 국론 분열과 혼란이 종식되기를 바란다.” 찬·반 여론이 갈리는 윤 대통령 탄핵 결정문을 보는 듯하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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