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선거-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2025년 03월 07일(금) 00:00
1960년 3·15 부정선거는 한국 현대사를 바꾼 결정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인터넷 사이트 ‘나무위키’에 소개된 당시 민주당 의원들이 입수한 관련 문서에 나온 부정선거 정황은 시대상을 담고 있다. 투표함의 40% 정도를 이승만·이기붕의 표로 미리 채워 놓거나 이들의 표로 채워진 투표함으로 바꿔치기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다. 정치 깡패들은 야당 측 참관인을 몰아내고, 선거에 익숙하지 않은 국민을 지도한다며 3~5인씩 한 조로 투표하게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앞둔 2025년 3월 현재에도 부정선거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윤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정치 진영은 연일 거리에서 관련 집회를 하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윤 대통령 등이 주장하는 부정선거 의혹은 크게 ▲선관위 서버 해킹을 통한 투표 결과 조작 가능성 ▲위조 투표지 논란 ▲사전투표 조작론 ▲중국 배후설 등 네 가지다.

선관위 서버 해킹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국정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안 점검 결과는 선관위의 협조를 바탕으로 한 ‘모의 해킹’으로, 실제 해킹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투표지 논란은 실제로 투표지 인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투표지의 도장이 뭉개지거나 종이의 형태가 변하는 등의 문제도 부정선거의 증거로 인정되지 않았다. 또한 진보 진영의 투표율이 높은 사전투표 조작론도 표본이 다른 유권자 집단에서 차이가 날 수 있고, 중국 배후설 역시 명확한 증거가 없다.

하지만 극우 보수 진영은 현재 ‘믿고 싶은 것만 믿고’ 행동한다. 거리로 몰려든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계몽령’이었다며 그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부정선거에 몰두하는 일부는 법의 판단도 부정하고 법원에 난립해 판사를 처단하겠다고 날뛰기도 했다.

3·15 부정선거는 4·19 혁명으로 이어지면서 한국 민주주의의 토대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와 달리 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싸고 제기된 2025년의 부정선거 논란은 국민 갈등과 불신만 부채질 하고 있다.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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