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주량·생산액 ‘뚝’… 위기의 광주 산업단지
2025년 03월 05일(수) 20:25 가가
하남·진곡·첨단·평동 등 산단 기업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
경기침체에 소비부진·물가상승…일감 사라져 폐업 고민까지
경기침체에 소비부진·물가상승…일감 사라져 폐업 고민까지


글로벌 경기침체에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주요 산업단지의 매매가격이 10% 이상 하락했는데도 거래 건수는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시 광산구 평동산단 전경. <광주일보 자료사진>
“발주량이 지난해 70%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납품받는 기업은 주변 업체와 단가 경쟁을 시키고 사실상 최저가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주변 사장님들 모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예요.”
5일 만난 하남산단 내 한 소성가공(물체를 변형시켜 제품을 만드는 가공법)업체 대표 A씨의 푸념이다.
비철금속이나 금속을 가공해 자동차나 기계류, 프랭크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A씨 업체는 평소 약 40억원의 연매출을 올리고 있었으나,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는 10억원도 힘들다는 것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 물가상승이 겹치면서 발주를 넣는 기업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힘들다 보니 발주 물량이 크게 줄었고, 심지어 가격경쟁이 심화돼 주문을 받더라도 이윤이 남지 않는 일감을 따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했다.
특히 올해는 정부나 기업이 돈을 풀지 않아 조달 입찰로도 재미를 보기 힘들어졌다는 게 A씨의 하소연이다.
A씨는 “20년 간 회사를 운영해왔는데 가장 힘든 순간”이라며 “매출 300억이 넘는 중견기업이나 대기업도 근근이 버티는 수준으로, 대부분의 산단 입주 기업들이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에 찾은 하남산단 외곽의 한 공장·창고 전문 중개업소에도 비슷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 중개업소 입구 유리창은 하남산단을 비롯한 진곡, 첨단, 평동 등 광주지역 산업단지의 공장 및 창고 매물을 임대·매매하는 게시물로 가득했다.
이 중개업소 사장 B씨는 “매물이 예년 대비 3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장을 내놓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좀처럼 임대나 매매를 희망하는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며 “답답한 마음에 다양한 경로로 매물을 소개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공단 내에서 1~2월은 비교적 입주 비수기로 꼽히긴 하지만, 이 중개업소에서 올 들어 맺은 매매 혹은 임대 계약은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실적에 비하면 처참한 수준으로 당장 이번 달 직원을 월급 주기도 빠듯할 지경이라는 게 B씨의 말이다.
B씨는 “워낙 분위기가 안 좋다보니, 공장을 내놓았다는 사실마저 쉬쉬하는 분위기”라면서 “다들 꽤 오랜기간 경영을 해온 탓에, 주변에 알리지 못하고 혼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다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광주지역 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갖은 풍파를 견디며 수십년간 산업단지를 지켜온 기업들이지만, 올해는 투자는커녕 당장 하루하루를 걱정해야하는 극한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주요 산업단지의 매매가격이 10% 이상 하락했는데도, 거래건수는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5일 한국산업단지공단 산업단지현황 조사에 따르면 2022년(3분기 기준) 누적 29조 7517만원을 기록했던 광주지역 7개 산업단지의 누계생산액은 2023년 28조 3250억원으로 4.7% 감소하더니, 지난해 3분기에는 누적 28조 2153억에 머물렀다.
지역 기업들은 삼성전자와 위니아, 기아 등 대기업에 기대 기업을 운영해 왔으나, 위기 상황과 맞물려 위기를 극복할 만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면서 경영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맞이 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한 산업단지 관계자는 “평생을 일궈온 기업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겪어보지 못한 불황 속에 폐업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5일 만난 하남산단 내 한 소성가공(물체를 변형시켜 제품을 만드는 가공법)업체 대표 A씨의 푸념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 물가상승이 겹치면서 발주를 넣는 기업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도 힘들다 보니 발주 물량이 크게 줄었고, 심지어 가격경쟁이 심화돼 주문을 받더라도 이윤이 남지 않는 일감을 따내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했다.
A씨는 “20년 간 회사를 운영해왔는데 가장 힘든 순간”이라며 “매출 300억이 넘는 중견기업이나 대기업도 근근이 버티는 수준으로, 대부분의 산단 입주 기업들이 폐업을 고민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중개업소 입구 유리창은 하남산단을 비롯한 진곡, 첨단, 평동 등 광주지역 산업단지의 공장 및 창고 매물을 임대·매매하는 게시물로 가득했다.
이 중개업소 사장 B씨는 “매물이 예년 대비 3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공장을 내놓는 이들은 늘어나고 있지만 좀처럼 임대나 매매를 희망하는 연락이 오지 않고 있다”며 “답답한 마음에 다양한 경로로 매물을 소개하고 있지만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공단 내에서 1~2월은 비교적 입주 비수기로 꼽히긴 하지만, 이 중개업소에서 올 들어 맺은 매매 혹은 임대 계약은 단 한 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실적에 비하면 처참한 수준으로 당장 이번 달 직원을 월급 주기도 빠듯할 지경이라는 게 B씨의 말이다.
B씨는 “워낙 분위기가 안 좋다보니, 공장을 내놓았다는 사실마저 쉬쉬하는 분위기”라면서 “다들 꽤 오랜기간 경영을 해온 탓에, 주변에 알리지 못하고 혼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에다 내수 부진까지 겹치면서, 광주지역 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갖은 풍파를 견디며 수십년간 산업단지를 지켜온 기업들이지만, 올해는 투자는커녕 당장 하루하루를 걱정해야하는 극한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주요 산업단지의 매매가격이 10% 이상 하락했는데도, 거래건수는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5일 한국산업단지공단 산업단지현황 조사에 따르면 2022년(3분기 기준) 누적 29조 7517만원을 기록했던 광주지역 7개 산업단지의 누계생산액은 2023년 28조 3250억원으로 4.7% 감소하더니, 지난해 3분기에는 누적 28조 2153억에 머물렀다.
지역 기업들은 삼성전자와 위니아, 기아 등 대기업에 기대 기업을 운영해 왔으나, 위기 상황과 맞물려 위기를 극복할 만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면서 경영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맞이 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의 한 산업단지 관계자는 “평생을 일궈온 기업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겪어보지 못한 불황 속에 폐업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