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롱 환자 - 송기동 예향부장
2025년 03월 03일(월) 22:00
나일론(Nylon)은 최초의 합성 섬유이다. 미국 화학기업 듀폰(DuPont)사 월리스 캐러더스 연구팀이 1935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재료는 석탄과 물, 공기였다. 이어 3년 뒤인 1938년에 ‘강철보다 강하고 거미줄보다 가늘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상품화됐다.

1940년대 초반, 일본에 수입될 때 나일론은 ‘합성 견사(絹絲)’ 또는 ‘나이론(나이롱)’으로 불렸다. 이후 한국에서 ‘나이롱’은 섬유명이면서 ‘가짜’와 ‘속임수’의 의미로도 쓰였다. 합성섬유인 나일론이 비단실(견사)과 면, 삼베 등과 같은 천연섬유와 비교해 가짜 섬유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환자가 아니면서 일부러 환자인 척하는 ‘나이롱 환자’, 진심 없이 형식적으로 치는 ‘나이롱 박수’ 등 속어로도 정착됐다.

수년 전 광주 남구 한 사거리에서 어처구니없는 차 사고를 당했다. 1차선에서 직좌 신호에 따라 직진을 하는데 2차선에 있던 승용차가 일부러 접촉사고를 냈다. 좌회전 차로에서 직진하는 차량을 골라 고의적으로 들이받은 것이다. 그런데 뒷차 청년 2명은 이튿날 한방병원에 3일간 입원했고 결과적으로 보험사에서 수 백 만원의 치료비를 받아냈다.

나중에 20~30대 젊은이들이 인터넷 카페에서 범행을 같이할 사람을 모은 후 렌터카를 장기간 빌려 CCTV가 없는 사거리에서,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일부러 접촉해 거액의 보험금을 수령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들은 말로만 듣던 ‘나이롱 환자’였지만 교묘하게 법망을 피했고 뜻한바 대로 거액을 손에 거머쥐었다. 게다가 렌터카 회사와 한방병원도 이들의 뻔한 범죄에 암묵적으로 동조하고 있어 너무나 씁쓸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국토교통부가 최근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보험사들은 내년 1월부터 ‘나이롱 환자’들에게 지급하는 ‘향후 치료비’(미래에 발생할 추가 치료를 감안해 미리 지급하는 금액) 명목의 합의금 지급 기준을 깐깐하게 적용하게 된다. 이를 통해 ‘나이롱 환자’들이 근절되고 선량한 운전자들의 자동차 보험료도 낮아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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