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 인생 - 강백수 지음
2025년 02월 28일(금) 00:00
“영수증을 챙겨 편의점을 빠져나온다/ 이어폰을 꽂은 점원은 끝까지 나를 보지 않았다// 아무에게도 말을 건네지 않은 하루였다/ 나만 함구한다면 오늘이 있었다 믿을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일회용 우산’ 중)

삶 속 ‘가라(허구)’ 같은 순간들에 고함을 지르는 듯한 시편들, 무의미가 뒤섞인 세계에 의미를 고하는 시집이 나왔다. 강백수 시인이 최근 펴낸 ‘가라 인생’은 시와 노래, 세계에 대한 통찰이 뒤섞여 있는 한 편 고백과 같은 책이다

한양대 국문과와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한 시인은 2008년 ‘시와세계’로 등단한 뒤 시집 ‘그러거나 말거나 키스를’, 산문집 ‘서툰 말’, ‘사축일기’를 비롯해 ‘몸이 달다’ 등을 펴냈다. 싱어송라이터이기도 한 시인은 대표곡 ‘타임머신’ 등 총 3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하면서 음악인으로 활동했다.

문학과 음악을 오가는 이력 때문인지 시집을 관통하는 코드 중 하나는 ‘음악’이다. 시 ‘폭설과 블루스’, ‘오토튠’, ‘영원한 노래’를 비롯해 ‘Bass’, ‘스캣’ 등은 시인이 성찰한 음악을 토대로 세상을 분석하고, 불안과 위태로운 모습을 포용하는 작품들이다.

저자는 시인의 말에서 “정작 아무도 안 쓰는 걸(시) 나는 쓴다. 뜻밖에 당신은 나를 만났다”며 “모든 활자는 엄밀히 말해 얻어걸렸다. 누구도 정확히 똑같은 주파수의 비명을 두 번 지르지는 못하므로”라고 언급했다. 시를 쓰는 지난한 여정과 창작의 어려움, 독자마다 다른 시적 자아에 대한 생각이 응축된 문장이다.

저자는 많은 산문집을 펴내온 만큼 발간과 함께 짧은 산문도 남겼다. 자신의 인생을 ‘밀항선’에 빗대고 스스로를 ‘신원불명의 인간’으로 지칭하면서, ‘당신의 웃음’을 마이신처럼 입안에 털어 넣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다. <시인동네·1만2000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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