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없는 정치 - 윤현석 경제·행정 부국장
2025년 02월 27일(목) 00:00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도널드 트럼프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중국 등과 관세전쟁을 시작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멈춰 세웠으며, 우크라이나 없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협상도 시작했다. 미국 내에서도 연방정부 조직과 예산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작해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기 생각대로 세계 최강대국 미국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독불장군 트럼프에 대한 미국 주류 언론들의 강도 높은 지적과 그에 따른 마찰도 반복되고 있다.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표기하는 것을 거부한 AP통신 기자는 백악관 집무실과 에어포스원의 출입이 금지됐고, CNN 9시 뉴스 간판 앵커와 트럼프는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린다. 그럼에도 트럼프와 공화당, 그리고 지지자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4년 간 만끽할 것이다.

그 긴 시간 미국은 둘로 쪼개지고 패자와의 갈등과 다툼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갖는 행태가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공공서비스를 받는 수혜자,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정권 교체때마다 혼란을 경험하고 행정·재정적 낭비도 상상을 초월한다.

아마도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민주국가라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은 인용될 것이고 조만간 대통령선거가 치러질 것이다. 문제는 미국보다 더한 분열 양상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정치의 기본인 대화와 타협, 협상과 조율, 조정과 합의가 없는 ‘상대 없는 정치’가 오랜기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시하고, 외면하며, 꼬투리 잡고, 깔아뭉개며, 삿대질하는 정치로, 국민들은 지칠대로 지쳐있다. 극단주의 세력이 이렇게 판을 치는 것도 후진적인 정치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정치가 이 모양이니 사회가 잘 굴러갈 리 없다. 우리나라의 자해·자살률은 OECD 국가 1위다. 평균의 1.7배가 넘는다. 며칠 전에도 한 젊은 여배우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용서도, 배려도, 존중도, 치유도 없는 삭막한 경쟁, 출구 없는 무자비 사회다. 비정상적인 정치가 제 자리를 찾아가길, 그래서 국민의 행복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길 바란다.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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