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로 확인된 KTX 차별…호남 홀대 상징
2025년 02월 26일(수) 00:00
호남선 열차는 정부의 호남에 대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의 지역차별을 상징한다. 국토의 두 축이 호남과 영남인데도 투자는 영남쪽에 집중됐다. 1968년 착공한 호남선 복선화가 36년만인 2003년에야 완공된 것이 지역차별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고속열차 시대를 맞았는데도 이런 호남 홀대는 시정되지 않고 있다. 경부선 고속철은 2006년 완전 개통했지만 호남선은 광주 송정역 기준으로만 해도 경부선보다 9년 늦은 2015년에야 개통됐다. 개통 당시에도 호남선은 경부선에 비해 속도는 느리고 요금은 비싸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박균택(광주 광산갑) 국회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런 호남 고속철의 차별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TX 이용 현황을 비교해 보니 광주 송정역은 평일 기준 하루 46회 운행하고 일 평균 이용객은 7818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동대구역은 하루 156회 운행에 1만4152명, 울산역은 71회 운행에 5717명이었다. 운행 횟수만 하더라도 광주는 대구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고 인구나 경제 규모가 작은 울산보다 25회나 적었다. 1대당 이용객 수를 보면 차별이 더욱 극명하게 확인된다. 광주는 169명인 반면 대구는 91명이고 울산은 광주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80여명에 불과했다.

운행 간격도 주말 기준 동대구역은 12분, 부산역 19분이지만 송정역은 48분이었고 송정역은 차량 모델 중 탑승 인원이 가장 적은 ‘KTX 산천’ 비율이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지난해 새로 도입한 최신형 ‘KTX 산천’은 주말의 경우 동대구와 부산 모두 4편씩 운행하고 있지만 송정역은 아예 없다.

광주 광산구의회가 그제 호남선 고속열차 증편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이런 차별을 더 이상 감수하기 힘들다는 주민들의 여론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광산구의회는 고속열차의 심각한 불균형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며 열차 증편과 함게 인프라 확대를 촉구했다.

‘비 내리는 호남선’으로 시작하는 대중가요는 호남선의 홀대와 소외를 담고 있다. 정부는 호남선 KTX가 더 이상 ‘눈물의 호남선’ 연장선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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