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힘 - 이보람 예향부 차장
2025년 02월 26일(수) 00:00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고 했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 지,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알려주는 속담이다. 말 한마디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되새겨 보는 요즘이다. 다정한 말 한마디가 한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생각 없이 툭 던지는 한마디에 깊은 상처를 받아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청춘이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

아역배우 출신 김새론이 얼마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2년 전 음주운전 사고 이후 활동을 중단하고 생활고에 시달려왔었다는 이야기는 전부터 각종 연예뉴스를 통해 흘러나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힘들게 한 건 오랫동안 이어져 온 악플 세례였으리라. 유서가 발견되지 않아 확실한 사망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사람들의 악성 댓글이 가장 큰 원인이 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2023년 말 생을 마감한 배우 이선균 역시 마찬가지다. 대중들의 악플이 그의 죽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지만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해 확인되지 않은 부풀린 보도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인 사람들의 악플, 가족들을 향한 인신공격까지 배우를 힘들게 한 건 사실이다.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것이 연예인들의 숙명이라지만 악플러들의 행태를 보고 있노라면 도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치다는 현실을 절감하게 된다.

배국남 대중평론가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연예 관련 유튜버와 언론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 오보와 가짜 뉴스, 인격 살해성 악의적 기사를 쏟아내고 여기에 네티즌의 악플이 가세하면서 수많은 연예인들이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많은 연예인들이 극단적 선택에 몰려도 사이버 레커나 연예매체를 포함한 언론매체와 기자, 악플러의 행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개탄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서 밤에 잠들 때까지 우리는 무수히 많은 말을 하고 산다. 오늘 하루 나는 어떤 말을 했을까. 의도치 않게 내뱉은 나의 말 한마디에 혹여나 상처받은 사람은 없었을까. 악플에 의한 여배우의 안타까운 선택을 접하면서 말의 힘을 새삼 되새겨 본다. 뼈 때리는 말보다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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