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도 ‘소나무 에이즈’ 재선충 비상
2025년 02월 25일(화) 20:15
3만2000여㏊ 소나무 반출금지
예방주사·고사목 베기 등 방제 총력
전남도 지난해 2만1087그루 피해

25일 광주시 북구 월출동의 한 야산에서 소나무 한 그루가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인해 노랗게 말라죽어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광주시 북구 월출동의 한 야산에서는 누렇게 말라버린 소나무 한 그루가 죽어가고 있었다.

치사율 100%로 ‘소나무 에이즈’라고도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였다. 취재진이 25일 현장을 확인한 결과, 어림잡아 높이 10여m는 돼 보이는 소나무였지만, 잎이 말라 버린 탓에 앙상한 줄기만 드러내고 있었다. 고사한 소나무는 생기를 품은 주변의 푸른 소나무와 강렬하게 대비됐다.

같은 날 광주시 광산구 용동의 복룡산에서도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솔잎이 온통 누렇게 말라 죽어버려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소나무가 보였다.

광주·전남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지속 발생해 관계당국이 비상에 걸렸다. 무등산국립공원도 안전하지 않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5일 산림청에 따르면 재선충병이 발생한 광주지역 4개 자치구 3만 2552㏊ 지역을 소나무류 반출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서구 서창·치평·금호·풍암동 3075㏊, 남구 송암·대촌동 4230㏊, 북구 건국·동림·양산·신용·일곡동 4107㏊, 광산구 임곡·하남·본량·삼도·우산·신흥·어룡·동곡·평·첨단·비아·수완·신창·신가동 2만 1140㏊ 등이다.

지난 2023년께부터 감염목(감염된 나무)이 급증세를 보이더니 3년이 지나도록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5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14~2024년) 광주시 재선충병 피해 소나무 수는 6424그루로, 광산구가 98.3%인 6316그루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북구 50그루, 서구 47그루, 남구 11그루 순이다.

전년도 5월부터 당해 4월까지 기준으로 2020년 61그루, 2021년 280그루, 2022년 764그루로 점차 늘어나더니 2023년 3520그루, 2024년 4월까지 1739그루로 폭증했다.

지난해 4월 이후로도 북구 월출동·본촌동·일곡동 등 205그루, 서구 서창동 1그루, 남구 원산동·이장동 등 19그루, 광산구 삼도동 등 1200여그루 등 1400여그루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25일 광주시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에서 한 소나무에 재선충병 방제를 위한 합제 나무 주사 약제가 꽂혀 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도심 곳곳에서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 동구 지산동 광주고등법원 앞 소나무도 재선충병에 말라죽어 제거했다. 법원 안 나머지 소나무에는 방제를 위해 영양제 등의 링거를 꽂아뒀다.

광주시 각 자치구는 나무 예방주사를 놓거나 고사목을 베는 등 방제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광주시 서구는 오는 3월 중 1억 1400만원을 들여 서창동 송학산 일대 소나무에 합제나무주사를 투여할 계획이며, 남구는 2억 1900만원을 들여 원산동, 대촌동 일대에서 벌채, 위험목 제거, 예방나무주사 주입 등 방제사업을 한다.

북구와 광산구 감염목과 고사목을 베어내고 합제나무주사를 투여하는 등 방제 사업을 연중 시행할 계획이다.

동구는 아직 신고 접수된 감염목이 없는 만큼 광주시 북구, 화순군의 경계 지역 등 산림에서 예찰 활동을 할 방침이다.

재선충병은 초반 방제작업에 실패하면 기하급수적으로 퍼지는 탓에 자치구 담당자들은 확산을 막는 데 한계를 호소하고 있다.

광산구 관계자는 “재선충병이 확산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고사목을 벌목하거나 예방주사를 놓는 것 외에 뾰족한 수가 없다”며 “자체 확산속도가 너무 빠른데다 이상기후로 벌레가 활동하기 좋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 번식 속도가 폭증하는 등 문제도 겹쳐 전국이 ‘비상 사태’다”고 설명했다.

전남도에서는 전년도 5월부터 당해 4월까지 기준 2022년 2만 1067그루, 2023년 2만 5662그루, 2024년 2만 1087그루 피해를 입었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여수(1만 969그루), 광양(6137그루), 장성(2368그루), 순천(1284그루) 등을 중심으로 소나무재선충 피해가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선충병이 이미 전국적으로 넓게 퍼져나간 탓에 인간의 ‘감기’와 비슷하게 뿌리뽑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우려한다.

오득실 전남도 산림연구원장은 “감염목이 발생했을 때 초기에 빠르게 조치하지 못하면 기하급수적으로 피해 범위가 늘어나므로 빠른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피해 발생 이력이 없던 곳에서 소나무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를 발견해 신고할 시 산림청에서 최대 200만원의 포상금도 주고 있으니, 산에서 죽은 소나무를 발견했을 때는 지체없이 산림청이나 지자체 등에 연락해달라”고 당부했다.

*소나무재선충병

소나무재선충병은 매개충(솔수염하늘소, 북방수염하늘소)의 몸 속에 있는 크기 1㎜ 내외의 재선충이 소나무에 침입해 일으키는 병으로, 일단 감염되면 치사율 100%로 회복이 불가능해 벌목을 할 수 밖에 없다. 1쌍의 재선충이 20여일 간 20만 마리로 번식하는 등 소나무 내에서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소나무의 수분 이동통로(수관)를 막아버리면 나무가 붉게 변하며 말라 죽는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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