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다웠다 - 오광록 서울본부 부장
2025년 02월 21일(금) 00:00
광주는 역시 광주였다. 지난 15일 5·18민주화운동의 현장인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지켜본 광주시민들의 태도는 ‘광주다웠다’로 평가할만하다.

종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주도한 이날 집회에는 경찰 추산 2만여명이 몰려들어 윤 대통령의 내란을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30~40여명 단위로 금남로 일대로 이동하면서 “광주 빨갱이 나와라” “죽여, 죽여”를 외치기도 했다. 손에는 윤 대통령을 옹호하는 글귀가 적힌 종이나 깃발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이동했다. 인근의 시민을 향해서는 광주를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손에 든 태극기와 성조기로 시민의 머리 등을 때리기도 했다. 곳곳에서 욕설이 터져나왔고, 이들의 막무가내 행동에 항의하는 시민도 많았다. 이들은 마치 싸움을 걸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 같았다.

무엇보다도 금남로 3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입구의 5·18사적지 표지석을 밟고 서서 표지석과 인근 화단에 침을 뱉는 행위는 모욕에 가까웠다. 집회가 끝난 이후 표지석 인근에 조성된 화단은 온통 짓밟혀 있었고 5·18 왜곡·폄훼 인쇄물이 버젓이 배포됐다. 이 인쇄물에는 첫 장부터 ‘5·18은 DJ세력·북이 주도한 내란’이라는 주장이 담겼고 5·18 가짜 유공자설, 북한군 투입설 등 5·18을 왜곡·폄훼하는 내용도 눈에 띄었다.

집회 도중 금남로공원, 금남로4가역 교차로 등지에는 ‘가짜 유공자설’ 등을 내세워 5·18을 폄훼하는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현수막에는 ‘5·18에 북한 개입은 사실’, ‘현재 유공자 상당수는 가짜’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주최측인 세이브코리아에서 내건 현수막과 나란히 걸려 있었다. 목사의 기도와 찬송가를 시작으로 집회가 시작됐는데 목사는 예수의 이름을 들먹이면서 광주를 욕보였고, 군중 속에서는 ‘할렐루야’와 ‘아멘’이 터져나왔다.

우리는 이날을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이들은 계엄군의 총칼보다 더욱 끔찍한 저주를 광주에 퍼부었지만, 광주는 1980년 5월 그날처럼 성숙했다고….

/kro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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