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의 엿 공정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5년 02월 19일(수) 00:00 가가
엿은 찹쌀이나 조, 옥수수 등 곡식으로 밥을 지어 엿기름으로 삭힌 뒤 겻불로 밥이 물처럼 되도록 끓이고, 그것을 자루에 넣어 짜낸 다음 진득진득해질 때까지 고아 만든 달고 끈적끈적한 전통음식이다. 조선시대부터 본격적으로 민간에서 소비되기 시작했는데 ‘서로의 마음을 굳건히 이어준다’라는 상징성을 담아 혼례와 상례, 명절 등 중요 행사에서 긴하게 사용됐다.
한데 엿 만들기 작업은 생각과는 달리 녹록지 않다. 지역만의 차별화된 제조법 탓에 다른 지역의 엿과 구별되는 특징을 갖고 있는데, 엿을 만드는 기술은 주로 마을 내에서 전수돼 가족 단위로 만들며 특유의 제조법을 계승하고 발전시켜 오고 있다.
유기농 멥쌀을 씻어 4~5시간 불린 뒤 고두밥을 쪄 시루에 얹고 1시간 30분 동안 수증기로 찐다. 고두밥이 완성되면 엿기름과 온수를 통에 넣고 9~10시간을 기다리며 자연 온도에서 당화시킨다. 밥 알갱이를 분리한 후 가마솥에 넣고 3~4시간 졸이면 갱엿이 된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엿 제조에서 특히 어려운 엿 늘리기 작업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쐐기’라고 하는데 갈색 갱엿이 흰색으로 변하고 엿가락 속에 바람구멍이 숭숭 생겨나면서 바삭바삭하면서도 고소한 엿으로 탄생한다.
그렇다고 그저 밀고 당기기만 해선 바삭한 엿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밀 때도, 당길 때도 살짝 안으로 말아줘야 한다. 안으로 공기를 넣어 담아주는 것인데, 100번 가까이 ‘밀당’이 이루어져야 진짜 엿 맛을 낸다고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작업장 온도와 습도 조절이다. 온도가 낮으면 엿이 갑자기 굳기에 엿 만드는 방은 따뜻하게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갈색이 흰색으로 변하고 세세한 바람구멍이 생기게 하는 선조들의 지혜 즉, 녹기와 굳기를 적정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여기에 숨어 있다.
최근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는 대통령 탄핵 정국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탄핵이라는 중대사를 두고 자신의 주장은 강요하면서 타인의 생각에는 냉소를 넘어 저주를 보내니 말이다. 엿 공정에서 적정한 온도와 습도가 중요하듯 진영 갈등 해소에도 ‘밀당’ 같은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bigkim@kwangju.co.kr
유기농 멥쌀을 씻어 4~5시간 불린 뒤 고두밥을 쪄 시루에 얹고 1시간 30분 동안 수증기로 찐다. 고두밥이 완성되면 엿기름과 온수를 통에 넣고 9~10시간을 기다리며 자연 온도에서 당화시킨다. 밥 알갱이를 분리한 후 가마솥에 넣고 3~4시간 졸이면 갱엿이 된다.
최근 보수와 진보가 대립하는 대통령 탄핵 정국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탄핵이라는 중대사를 두고 자신의 주장은 강요하면서 타인의 생각에는 냉소를 넘어 저주를 보내니 말이다. 엿 공정에서 적정한 온도와 습도가 중요하듯 진영 갈등 해소에도 ‘밀당’ 같은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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