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 80주기 - 박성천 문화부장
2025년 02월 17일(월) 00:00 가가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가운데 한 명이 윤동주 시인이다. 그는 한국문학사에서 부끄러움에 대한 감수성이 가장 예민했던 문인이다. ‘서시’는 시대를 넘어 여전히 많은 이들이 애송하는 작품이다. 특히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라는 구절은 기도문과 같은 엄숙한 분위기를 환기한다.
윤동주의 어릴 적 이름은 해환(海煥)이었다. “해처럼 빛나게 살라”는 뜻으로 부친이 그 같은 이름을 지었다. 순수하고 해맑은 영혼의 소유자였던 윤동주는 유년시절부터 ‘어린이’ 잡지 등을 구독하며 시인의 꿈을 키웠다. 명동소학교, 광명중학교를 거쳐 서울의 연희전문(현 연세대)을 졸업한다. 이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릿쿄대와 도시샤대에서 공부를 하지만 사상이 불온하다는 죄목으로 체포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를 당한다.
어제 16일은 윤동주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만 80년이 되는 날이었다. 80주기와 맞물려 다채로운 추모행사가 국내 안팎에서 열리고 있다. 연세대는 시인의 삶과 정신을 조명하는 추모식을 열었으며, 윤동주문학사상선양회는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고인의 뜻을 기리는 행사를 개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16일 일본 도시샤대에서 열린 ‘윤동주 명예박사 학위 수여식’이었다. 1875년 대학 설립 이후 도시샤대가 죽은 이에게 명예 박사학위를 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재학 중 체포돼 숨진 윤 시인을 대학 측이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이라는 표현에서 사유의 단면이 읽히는데, 일본 내 양심적인 학자와 시민도 있다는 사실이 적잖이 반갑다.
이와 달리 일본 정부는 사뭇 기만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군함도’ 관련 조선인 강제 노역은 여전히 은폐하고 있고, 사도광산 전시물에 적시해야 할 ‘강제’ 표현도 삭제된 상태다.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기원했던 윤동주 시는 사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에 대한 질타다. 올해는 윤동주 80주기 외에도 광복 80주년, 한일수교 60주년이 되는 해다. 역사를 왜곡 은폐하는 일본 정부의 몰염치에 분노가 치민다.
/skypark@kwangju.co.kr
이와 달리 일본 정부는 사뭇 기만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군함도’ 관련 조선인 강제 노역은 여전히 은폐하고 있고, 사도광산 전시물에 적시해야 할 ‘강제’ 표현도 삭제된 상태다.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기원했던 윤동주 시는 사실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것에 대한 질타다. 올해는 윤동주 80주기 외에도 광복 80주년, 한일수교 60주년이 되는 해다. 역사를 왜곡 은폐하는 일본 정부의 몰염치에 분노가 치민다.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