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들의 달라진 ‘광주 여행’ 풍속도
2025년 02월 13일(목) 21:00
‘맛집 투어’ 지고 역사·예술여행 뜬다
자연·먹거리 위주 여행서 비엔날레·ACC 등 ‘멋집 투어’
윤 탄핵 집회 참여하기 위해 주말 5·18민주광장 찾기도
“광주 여행하며 희망·용기 얻어” 브이로그·숏폼 sns 공유

광주를 방문한 MZ여행객들이 전일빌딩과 국립5·18민주묘지를 방문하고 SNS등에 올린 여행 후기 게시물. <SNS 캡처>

광주를 찾아오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0년대생)들의 여행 트렌드가 달라지고 있다.

광주는 과거 자연과 먹거리를 즐기기 위한 여행지로 알려져 왔으나, 최근에는 문화와 예술, 사회·정치적 메시지를 품은 여행지로 젊은 세대에게 재조명받고 있다.

특히 MZ세대가 SNS를 통해 브이로그(VLOG·일상을 동영상으로 기록한 콘텐츠)와 여행 코스 등을 공유하는 문화가 떠오르면서 광주의 문화·예술·역사 등 콘텐츠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계엄 정국’을 경험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계엄의 아픔을 겪은 광주를 여행하며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는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최근 구독자 9000여명을 보유한 한 유튜브 채널에는 ‘혼자 광주여행,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제목의 여행 브이로그 영상이 올라왔다.

채널 운영자인 유튜버 A씨는 광주 비엔날레,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독립서점과 소품샵 등을 차례로 소개하며 광주를 ‘느좋’ 감성의 도시라고 표현했다. ‘느좋’은 ‘느낌 좋다’를 줄여서 표현한 MZ세대의 신조어다.

단순 여행을 넘어서 광주의 역사와 정치적 의미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도 보였다.

A씨는 영상에서 광주의 한 독립서점에 들러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작 ‘소년이 온다’를 꼭 광주에서 구매하고 싶었다”는 말을 남겼다.

또 다른 여행유튜버인 B씨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가결 당시 광주를 여행하는 영상을 올렸다. 5·18기록관과 전일빌딩을 둘러본 뒤 5·18민주광장에서 진행된 광주시민총궐기대회에 참여하는 식이었다.

B씨는 영상에서 “민주화의 고장인 광주의 집회에서 탄핵안 가결 소식을 들을 수 있어 기뻤다”며 “광주를 보며 내란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고, 처음 방문하는 도시였는데도 역사의 흔적을 되짚으며 연대와 감사를 느꼈다”고 말했다.

‘계엄 정국’을 겪으며 광주의 역사를 떠올리는 MZ세대도 우후죽순 늘고 있다. 한 여행유튜버는 전일빌딩에 전시된 윤상원 열사의 ‘우리는 오늘 패배하지만, 내일의 역사는 우리를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는 글귀를 소개하며 “딱 지금 필요한 말들이다”고 강조했다.

SNS에는 5·18기념공원의 지하 추모승화 공간에서 “이렇게 많은 이들의 피로 지킨 민주주의다. 이번에는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등 광주에서 역사를 되새기는 글이 다수 게시되고 있다.

유튜버들뿐 아니라 광주를 찾아온 MZ세대 여행객들은 5·18 사적지 등을 ‘필수 여행 코스’로 삼고 있다. 동구 금남로에서 전일빌딩, 5·18기록관, 서구 쌍촌동 5·18기념공원 등을 차례로 방문하며 ‘역사여행’을 하고자 광주를 찾는 것이다.

실제로 12·3 비상계엄 이후 전일빌딩 이용객 수는 급증하고 있다. 광주시도시공사에 따르면 전일빌딩을 이용객은 2024년 12월 2만8878명, 지난 1월 2만1460명으로 두 달 간 5만338명에 달했다. 1년 전 같은 기간 이용객 수 2만9859명에서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역사 현장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매주 토요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며 SNS에 ‘인증 사진’을 꾸준히 올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1월 광주를 여행한 정가연(29)씨는 “광주는 가는 곳마다 5·18사적지는 물론이고 광주 학생 항일 운동 등 민주주의를 지켜온 역사의 흔적이 보였다”며 “이런 점 때문에 내란사태가 지속돼 답답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위로와 용기를 얻기 위해 광주를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한국관광데이터랩에서 이동통신 데이터를 기반으로 광주에 방문한 외지인 방문자를 분석한 결과 2021년 5623만1056명에서 2022년 6361만5947명, 2023년 6625만7320명, 2024년 6635만 5821명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데이터랩의 내비게이션 검색 통계(2024년 기준)에는 음식(57%)뿐 아니라 문화관광(13.4%)과 쇼핑(11.6%)이 주요 키워드로 급부상한 것으로 집계돼 외지인 방문자들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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