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고속철도로 균형발전의 길을 넓히자- 김종진 담양미래전략연구소장
2025년 02월 12일(수) 00:00
영국의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차를 탄생시켰다. 최초의 증기기관차는 석탄을 옮기는 데 큰 역할을 하며 멀리 떨어진 지역을 하나로 연결했다.

미국의 열차는 남북전쟁의 승패를 갈랐다. 전쟁 초기 링컨 대통령의 북군은 연전연패를 거듭하였다. 그 당시 군수물자는 노새와 마차가 담당했었다. 그러나 북군이 2배가 넘는 철길을 이용하면서 전쟁은 북군의 승리로 기울었다. 서부 개척 시대에도 철길은 이민자들을 서부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했다.

역사적으로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서 낙후된 국토를 연결하여 균형된 발전을 추구하며 한 국가로서 통합하는 역할을 해 왔다.

최근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건설에 대한 찬반 논의가 뜨겁다. 대체로 양 지역 간의 철도 수요가 많지 않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가장 큰 쟁점인 것 같다.

똑같은 상황은 50년 전의 88고속도로 건설 당시에도 있었다. 그때는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동서 화합과 소통을 위한 정치적 결단이 고속도로 건설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0여 년 동안 이 도로의 가치는 교통량과 사업성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 지리산과 가야산 등 험준한 지형이 광주와 대구 사이에 교류를 막고 그 사이에 위치한 오지마을의 접근을 어렵게 해왔다. 그러나 이 도로는 두 도시를 반나절 생활권으로 만들었고 지금은 동서 화합과 교류의 상징이 되었다. 만약 사업성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면 동서 간을 잇는 화합의 고속도로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가까운 이웃이 먼 사촌보다 낫다고 했다. 동서 간의 거리를 좁힐 수 없다면 우리는 먼 사촌으로밖에 지낼 수 없다. 고속철도를 통해 마음의 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면 호남과 영남은 가까운 이웃이 될 수 있다.

88고속도로 개통 이후 나주 배, 완도 김, 목포 세발낙지, 흑산도 홍어 등이 대구나 포항까지 팔려나갔고 문경 사과를 비롯해 동해 오징어, 영덕대게가 소백산맥을 넘어 전라도로 빠르게 퍼져가는 등 지역 간 경제 교류가 왕성해진 것이다. 고속도로변에 있는 가야산국립공원과 덕유산국립공원, 지리산국립공원 등에 찾는 이가 늘어나기도 했다. 정치적으로 분열됐던 동서의 화합과 낙후 지역의 발전은 간과할 수 있는 성과다.

이번에 대구와 광주를 잇는 고속철도가 건설되면 내륙의 동서를 횡단하는 교류가 늘고 국토의 균형있는 발전과 함께 사업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낙관한다. 도시민에게 휴식을 제공하고 농촌 가구의 소득이 증가할 수 있다. 도시와 농촌의 자연 친화적 상생을 추구할 수 있다. 두 지역간 농산물과 공산품의 거래를 촉진하고 낙후된 지역 특화 산업의 발굴과 관광자원 개발 등을 통해 지역의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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