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아씨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5년 02월 10일(월) 00:00
삼국사기 백제본기 의자왕조의 한 장면. 웬 귀신이 궁궐에 들어와서 “백제가 망한다”고 두 차례 외친 뒤 땅 속으로 사라졌다. 왕이 사람을 시켜 땅을 파보니 거북이 한 마리가 나왔다. 거북이 등에는 ‘백제는 둥근 달과 같고 신라는 초승달과 같다’고 쓰여 있었다. 왕이 무당에게 물으니 ‘둥근 달과 같다는 것은 가득찬 것이니, 가득 차면 이지러지는 것이요. 초승달과 같다는 것은 아직 차지 않은 것이니, 점점 차게 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백제가 망하고 신라가 흥한다는 해석이었다. 왕이 화가 나 무당을 죽였다. 660년 7월 18일 백제가 나당연합군에 패망하기 한 달 전이다.

전두환이 12·12 쿠데타를 일으키고 이틀째 되던 날, 대전에서 운명감별사로 유명한 박재완씨가 보안사 인근으로 납치되다시피 도착했다. 괴한들은 박씨에게 다섯 사람의 사주를 건넸다. 풀어보니 모두 금수종왕격(金水從旺格). 빨리 성공해 쇠퇴하고, 세력도 극단적으로 왕성했다가 극단적으로 쇠퇴할 운명이었다. 박씨는 “나라에 큰 변란을 저지를 사람들이오. 내년부터는 대운, 왕운(旺運)이지만 10년쯤 지나면 목화운이 온다. 급격한 추락이 찾아오고, 옛날 같으면 부관참시한다고 야단일 텐데…”라고 일러주었다. 김충식 가천대 교수는 ‘5공 남산의 부장들’에서 이들이 전두환, 노태우, 황영시, 차규헌, 유학성이라고 추정한다.

‘비단아씨’로 불리는 무속인 이선진씨가 최근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씨는 12·3 비상계엄 사태 기획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즐겨찾던 전북 소재 점집의 운영자다. 이씨는 ‘비상계엄 사태 전 노상원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과 군 관계자들의 사주와 점을 봤다’고 증언했다. “뭔가 함께 (도모)했을 때 끝까지 따라올 수 있는지 많이 물었다”는 의미 심장한 말도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시절 손바닥 왕(王)자 때문에 주술 논란을 자초한 이래 천공, 건진법사 등 무속, 역술인 때문에 정권 내내 입살에 올랐다. 종말에도 역술인이 등장하는 수미상관(首尾相關)이 가관이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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