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매력, 유럽의 소도시] 중세 찬란한 역사 유유히… 벨기에의 ‘숨겨진 보석’
2025년 01월 22일(수) 09:00 가가
(3) 벨기에 겐트(Ghent)
교회·성 등 중세풍 건물 즐비…초콜릿·맥주·와플의 나라
골목 골목 흐르는 수로와 오래된 건물 속으로 시간여행
12세기 지어진 플랑드르 백작 성, 박물관으로 활용
반 아이크 제단화 소장 성바프 대성당·53개 매달린 종탑 인기
합법적인 낙서 가능한 100m 길이 그라피티 거리도 이채
주변 도시 브뤼헤·‘플란다스의 개’ 배경 안트베르펜 들러볼만
교회·성 등 중세풍 건물 즐비…초콜릿·맥주·와플의 나라
골목 골목 흐르는 수로와 오래된 건물 속으로 시간여행
12세기 지어진 플랑드르 백작 성, 박물관으로 활용
반 아이크 제단화 소장 성바프 대성당·53개 매달린 종탑 인기
합법적인 낙서 가능한 100m 길이 그라피티 거리도 이채
주변 도시 브뤼헤·‘플란다스의 개’ 배경 안트베르펜 들러볼만
생각해보니 중세의 흔적을 간직한 도시를 걷기에는 더없이 좋은 날이었다. 여행자라면 누구나 반길 푸른 하늘과 환한 햇살 대신 구름이 낮게 드리운, 회색빛 하늘을 마주했을 땐 아쉬움이 먼저였다. 하지만 돌길을 걷고, 고성을 만나고, 오래된 건물 앞을 지날 땐 흐린 날씨 덕에 중후한 도시의 매력이 돋보인다는 느낌이 들었다. ‘벨기에의 숨겨진 보석’, 겐트(Ghent)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여타의 유럽 국가에 비해 벨기에는 아주 작은 나라지만 관광 대국이다. 중세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고 르네 마그리트와 루벤스가 태어난 곳으로 최고의 컬렉션을 자랑하는 왕립미술관, 마그리트 미술관 등 문화적 자산이 풍부하다. 또 맥주, 초콜릿, 와플의 나라이자 만화 ‘스머프’, ‘틴틴의 모험’이 탄생한 만화 천국이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본부가 자리잡은 국제도시라는 명성도 갖고 있다.
수도 브뤼셀을 찾는 이들은 빅토르 위고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 칭했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그랑 플라스를 찾는다. 막상 보면 작은 크기에 실망하기는 하지만 인기 스폿인 오줌싸개 소년 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브뤼셀 탐험이 끝나면 사람들의 발길은 가까운 주변도시로 향한다. 브뤼헤, 안트베르펜 등 브뤼셀에서 1시간 이내에 닿는 소도시들은 각각의 매력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브뤼셀에서 50㎞ 떨어진 겐트는 인구 26만여명으로 벨기에의 4번째 도시다. 규모는 작지만 그 어느 도시보다 중세의 유산을 많이 품고 있는 겐트의 골목길을 기웃거리다 보면 마치 시간여행을 떠나온듯 하다. 교회와 성당, 고성 등 즐비한 중세 건물들 사이로 트램과 버스와 자전거가 지나고, 관광용 마차까지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모습은 이색적이다.
넓지 않은 폭의 레이어 강을 사이에 두고 길드하우스 건물들이 늘어선 그라슬레이와 코렌레이 거리는 만남과 휴식이 이뤄지는 일상의 공간이다. 자연스럽게 운하에 걸터 앉아 책을 읽는 이,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이, 음식을 먹는 이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건물 사이를 흐르는 수로와 그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오래된 건물들은 그림 속 풍경을 가져다 놓은 듯하다. 작은 보트를 타고 건물들 사이를 유유자적 느리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겐트에서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는 건 플랑드르 백작 성이다. 하이델베르크 성 등 유럽의 성들이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는 데 반해 이 성은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중심 광장과 바로 이어져 있다. 버스와 자전거가 지나는 바로 옆에 12세기에 지어진 성이라니. 마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린 듯하다. 군사적 목적으로 지어진 성은 화폐제작소를 거쳐 현재는 박물관으로 활용중이다.
도시 곳곳에 자리한 종교 시설 중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곳은 성 바프 대성당이다. 12세기부터 4세기에 걸쳐 완성된 성당으로 반 아이크의 유명한 제단화 ‘신비한 어린 양에 대한 경배’와 루벤스의 ‘성 바프의 수도원 입문’이 자리하고 있다. 성당 앞에는 반 아이크 형제의 동상과 분수가 눈길을 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탑도 인기가 높다. 14세기 초에 건축된 91m 높이의 종루에는 53개의 종이 매달려 있으며 첨탑 끝에는 황금독수리상이 자리한다. 또 겐트의 가장 오래된 교회로 11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성 니콜라스 교회도 인기 스폿이다.
겐트는 대학도시로 불린다. 1819년 개교한 겐트대학교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체 인구 가운데 젊은층이 약 30%를 차지한다. 그래서 그런지 겐트의 거리는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쳤다. 흔히 독일을 맥주의 나라로 알고 있지만 벨기인들의 맥주에 대한 자존심은 대단하다. 겐트 역시 고유의 맥주를 제조하고 있으며 명물인 감자튀김도 인기가 많다.
어느 도시든 그라피티를 만날 수 있는데, 겐트에는 아예 합법적으로 낙서를 할 수 있는 그라피티 거리가 있다. 시청사 인근 약 100m에 달하는 골목길은 에너지 넘치는 그라피티를 만나는 거리의 캔버스로 변신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겐트시립도서관을 찾아보길 권한다. 마치 책을 쌓아놓은 듯한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인상적인 곳으로 도서관을 둘러보고 난 후 의자에 앉아 유리창 밖으로 내어다 보이는 고풍스런 풍경을 접하다 보면 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겐트에서 기차로 20분 정도 걸리는 안트베르펜(Antwerpen)도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일정 상 아쉽게도 도시를 둘러보지는 못하고 경유를 위해 잠시 10분 정도 정차했을 때 역사를 구경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사’ 중 하나로 꼽히기 때문이다.
안트베르펜을 찾는 사람들이 반드시 방문하는 곳은 노트르담 성당이다. 성당 중앙 돔 천장에 그려진 루벤스의 ‘성모 승천’과 그의 또 다른 걸작으로 벨기에의 7대 보물 중 하나인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만나기 위해서다. 이 그림은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돼 인기를 모았던 ‘플란다스의 개’의 주인공 네로가 꼭 보고 싶어하던 그림이었다.
겐트에서 40km 떨어진 브뤼헤(Bruges)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겐트와 ‘같은 듯 다른 느낌의 중세도시’다. 브뤼헤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영화 ‘킬러들의 도시’를 찾아보면 좋다. 영화의 원제가 ‘in Bruges’일 만큼 브뤼헤 곳곳이 작품 속에 담겨 있다.
/벨기에 겐트=글·사진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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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아이크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성 바프 대성당. |
넓지 않은 폭의 레이어 강을 사이에 두고 길드하우스 건물들이 늘어선 그라슬레이와 코렌레이 거리는 만남과 휴식이 이뤄지는 일상의 공간이다. 자연스럽게 운하에 걸터 앉아 책을 읽는 이,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이, 음식을 먹는 이들의 모습이 평화롭다. 건물 사이를 흐르는 수로와 그 위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오래된 건물들은 그림 속 풍경을 가져다 놓은 듯하다. 작은 보트를 타고 건물들 사이를 유유자적 느리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겐트에서 단박에 눈길을 사로잡는 건 플랑드르 백작 성이다. 하이델베르크 성 등 유럽의 성들이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는 데 반해 이 성은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중심 광장과 바로 이어져 있다. 버스와 자전거가 지나는 바로 옆에 12세기에 지어진 성이라니. 마치 시계를 과거로 되돌린 듯하다. 군사적 목적으로 지어진 성은 화폐제작소를 거쳐 현재는 박물관으로 활용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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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운하와 중세 건물이 어우러진 그라슬레이와 코렌레이 거리는 겐트의 명물이다. |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탑도 인기가 높다. 14세기 초에 건축된 91m 높이의 종루에는 53개의 종이 매달려 있으며 첨탑 끝에는 황금독수리상이 자리한다. 또 겐트의 가장 오래된 교회로 11세기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진 성 니콜라스 교회도 인기 스폿이다.
겐트는 대학도시로 불린다. 1819년 개교한 겐트대학교는 생명공학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체 인구 가운데 젊은층이 약 30%를 차지한다. 그래서 그런지 겐트의 거리는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쳤다. 흔히 독일을 맥주의 나라로 알고 있지만 벨기인들의 맥주에 대한 자존심은 대단하다. 겐트 역시 고유의 맥주를 제조하고 있으며 명물인 감자튀김도 인기가 많다.
어느 도시든 그라피티를 만날 수 있는데, 겐트에는 아예 합법적으로 낙서를 할 수 있는 그라피티 거리가 있다. 시청사 인근 약 100m에 달하는 골목길은 에너지 넘치는 그라피티를 만나는 거리의 캔버스로 변신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겐트시립도서관을 찾아보길 권한다. 마치 책을 쌓아놓은 듯한 독특한 외관의 건물이 인상적인 곳으로 도서관을 둘러보고 난 후 의자에 앉아 유리창 밖으로 내어다 보이는 고풍스런 풍경을 접하다 보면 절로 마음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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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트 인근 도시인 안트베르펜 역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역사 중 한 곳으로 꼽힌다. |
안트베르펜을 찾는 사람들이 반드시 방문하는 곳은 노트르담 성당이다. 성당 중앙 돔 천장에 그려진 루벤스의 ‘성모 승천’과 그의 또 다른 걸작으로 벨기에의 7대 보물 중 하나인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를 만나기 위해서다. 이 그림은 우리나라에서도 방영돼 인기를 모았던 ‘플란다스의 개’의 주인공 네로가 꼭 보고 싶어하던 그림이었다.
겐트에서 40km 떨어진 브뤼헤(Bruges)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겐트와 ‘같은 듯 다른 느낌의 중세도시’다. 브뤼헤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영화 ‘킬러들의 도시’를 찾아보면 좋다. 영화의 원제가 ‘in Bruges’일 만큼 브뤼헤 곳곳이 작품 속에 담겨 있다.
/벨기에 겐트=글·사진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