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역습…흑산도에 동남아 진드기·조류 몰려온다
2025년 01월 21일(화) 20:20
흰머리직박구리·참수리·고니·흰얼굴아기오리 등 출몰
검은지빠귀에서 국내 미기록종 진드기 2개체 나와
괭이갈매기 대부분서 노로바이러스 3개체 등 병원체

/클립아트코리아

기후변화에 따라 신안군 흑산면에 서식하는 조류(새) 종류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동남아에서 온 국내 미기록 진드기와 조류 등이 발견되면서 기후위기로 분포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해석이다.

우리나라 최대 철새이동 길목 흑산도의 조류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립공원 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4 국립공원 조류 조사·연구 보고서’의 흑산도 조류 모니터링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동남아 등지에 주로 서식하는 흰머리직박구리가 신안군 흑산면 심리마을에서 발견됐다.

흰머리직박구리는 주로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서식하며 국내에서 발견된 것은 지난 2019년 인천 백령도 이후 두 번째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번식지가 발견된 바 없는 멸종위기야생생물 참수리와 천연기념물 고니, 한국에서 자생하지 않는 흰얼굴아기오리 등도 처음 확인됐다.

이주현 전남대 생물학과 박사연구원은 “최근 따뜻한 나라에서 사는 새들이 우리나라에서 자주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만일 번식 개체까지 지속적으로 발견될 경우 기후 변화에 따라 조류 서식 환경이 변화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동안 국내에서 발견되지 않은 동남아 분포 진드기가 관찰되면서 인수공통감염병(동물과 사람 간 전파 가능한 질병)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 철새의 80%이상이 흑산도를 거친 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립공원 연구원이 ‘철새 진드기 매개 질병 모니터링’을 통해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신안군 흑산면 배낭기미 습지에서 포획한 검은지빠귀(왼쪽)와 미기록종 진드기(Haemaphysalis wellingtoni)<국립공원 연구원 제공>
연구원은 최근 ‘철새 진드기 매개 질병 모니터링’을 통해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신안군 흑산면 배낭기미 습지에서 포획한 검은지빠귀에서 국내 미기록종 진드기(Haemaphysalis wellingtoni) 2마리를 발견했다. 이 진드기가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미기록종 진드기가 발견된 배낭기미 습지는 저수지와 습지, 해안, 산림 등이 어우러진 곳으로 다양한 조류가 서식하고 있다.

연구원은 “기후변화 등의 요인에 따라 중국 남부, 인도차이나반도, 동남아시아에 분포하는 진드기 종이 북쪽으로 확장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신규 진드기가 흑산도로 유입돼 정착하고 있다는 것은 기후 변화로 지역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는 중요한 지표로, 향후 모니터링 등을 통해 예찰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신규 유입된 조류가 중·장거리 이동 중 이동 경로와 서식지 사이에 국내 미기록종 진드기를 옮기면서 새로운 인수공통감염병의 병원균을 옮기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 연구원이 흑산도의 조류 1357마리, 태안 가의도의 조류 143마리를 대상으로 진드기 기생 여부를 확인한 결과 흑산도 41마리에게서 94마리의 진드기가 발견됐으며, 가의도 76마리에게서 진드기 143마리가 발견됐다. 수집된 진드기에서는 관절염과 기억·수면장애를 일으키는 라임병의 원인체인 보렐리아균이 흑산도에서 3건, 가의도에서 1건 검출됐다. 또한 신안 흑산도, 태안 난도·홍도 등에서 번식·월동하는 괭이갈매기 84마리를 조사한 결과 97.6%에 달하는 거의 모든 샘플에서 노로바이러스, 트리코모나스균, 웨스트나일열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확인됐다.

흑산도 비금면의 칠발도 바다제비 둥지에서는 일본에서만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새물렁진드기 44마리가 확인됐다. 새물렁진드기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의 주요 매개체다.

연구원은 “기후변화로 진드기의 개체수와 분포 범위가 넓어짐에 따라 질병의 확산율이 높아질 수 있어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며 “조류 이동에 따른 진드기 발생률에 관한 연구 및 이동 경로 파악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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