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름 나눔’ - 박성천 문화부장
2025년 01월 19일(일) 21:30
세상에는 여러 형태의 나눔이 있다. 일반적으로 나눔은 물질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타인을 위해 시간을 나누기도 한다. 어떤 이는 봉사를 통해 그 의미를 실천하기도 한다. 그것이 어떤 형태든, 물질이든 봉사든 시간이든 나눔은 귀하고 가치있는 일이다.

오늘날에는 예술로 나눔을 실천하는 경우도 있다. 예술적 재능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눈다는 것은 미적 가치를 일정 부분 함께 공유한다는 뜻일 게다. 각박하고 메마른 세상에서 예술적 재능을 다른 누군가를 위해 나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뜻깊은 행위이다.

을사년 푸른 뱀의 해를 맞아 ‘아트피플 푸름 나눔전’이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아시아현대미술연구소(대표 김허경), 무등현대미술관(관장 정송규)이 공동주관한 이번 푸름 나눔전(16일~22일)은 창의적인 작품으로 서로 안부를 묻고 교류하며 따뜻함을 전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행사를 제안한 정송규 관장은 “시국도 어수선하고 작가들도 많이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젊은 작가들의 미술담론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작품을 매개로 의견도 나누고 전시도 여는 방안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작품 판매 수익금은 일정 부분 향후 미혼모의 집인 ‘성모의 집’에 기부된다. 산모와 아이가 생활하며 자립 기회를 모색하는 성모의 집은 ‘생명은 희망’이라는 가치를 도모하는 곳이다. 나눔전 출품 작가는 김25, 김기현, 김동하 작가를 비롯해 지역의 중견, 신진 작가 등 30여 명이 참가했다. 전시 외에도 미술인, 비평가, 컬렉터 등 미술계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는 ‘아트피플 토크’(21일)도 펼쳐진다.

80년 5·18을 경험한 광주 시민들에게 일련의 비상계엄 사태는 많은 것을 사유하게 한다. 이번 나눔전이 따뜻한 기부 외에도 불안한 시국을 견디는 작은 위안이 됐으면 한다. 전시를 공동 기획한 김허경 아시아현대미술연구소 대표는 행사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을사년, 예술가들의 열정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작품들과 교류하게 된다면 마음을 치유하고 영혼을 정화하는 특별한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박성천 문화부장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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