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 김여울 체육부 차장
2025년 01월 17일(금) 00:00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

지난 14일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있었다. 유난하고 요란했던 선거였다. ‘사법 리스크’에도 이기흥 현 회장이 3선에 도전하면서 연일 논란이 벌어졌다. 또 역대 가장 많은 6명의 후보가 출마하면서 혼돈의 선거가 됐다.

이변이 발생했다.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이 현직 프리미엄을 앞세운 ‘체육 대통령’ 이기흥 후보를 꺾고 제42대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 것이다.

유승민 당선자는 다시 한번 새로운 길을 걸으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신동’ 유승민이 껑충 뛰어올라 ‘레전드’ 김택수 코치 품에 안기던 장면은 짜릿한 순간으로 남아있다. 탁구 남자 단식 결승에서 세계 최강으로 꼽히던 중국의 왕하오를 상대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날리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유승민. 그는 만리장성을 넘고 16년 만에 한국 탁구 금메달 주인공이 됐고, 여전히 한국 탁구 마지막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남아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도 유승민은 화제의 인물이었다. 그는 올림픽 기간 진행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 선거에 도전했다. 한국에서는 탁구하면 유승민을 떠올리는 이가 많지만 국제 스포츠계에서는 인지도가 떨어졌던 만큼 그의 당선을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걷고 또 걸으면서 사람들을 만났다. 하루 25㎞를 걸으면서 이름과 포부를 알린 유승민은 총 23명의 후보 중 득표 2위로 IOC 선수 위원이 됐다.

이후 유승민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선수 촌장, 2018 평창기념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2019년에는 조양호 전 회장의 별세로 진행된 대한탁구협회 회장 보궐 선거에서 37세의 회장님이 됐다. 유승민은 2020년에는 대한탁구협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연임에 성공했다.

유승민의 다음 목적지는 대한체육회장이었다. 이번에도 쉽지 않은 승부가 예상됐지만, 그는 다시 또 걸었다. 밑바닥에서부터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권위와 관행으로 세워진 이기흥 벽을 넘었다.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 변화를 향한 묵묵한 걸음이 다윗의 승리를 만들었다.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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