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술가와 관객을 잇는 클래식 무대 - 최혜지 아르플래닛 대표
2025년 01월 13일(월) 00:00
예술은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사회 구성원들의 정서와 문화를 발전시킨다. 그러나 지방에서 예술 활동을 펼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수도권과 달리 지역에서는 예술을 위한 자원은 물론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직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예술가들과 기획자들은 실무적으로 다양한 어려움에 처하며, 예술 가치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동안 수도권과 지역을 오가며 이 같은 문제를 경험하면서 공연 기획자로 활동을 시작했고,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클래식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하며 광주를 기반으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자 했지만, 지역 내에서는 연주 기회가 흔치 않았다. 이로 인해 수도권으로 나가 공연한 경험이 많다. 특히 연고지가 없는 수도권 무대를 펼치며 지역 예술가로서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다. 지역에서 문화예술 활동의 어려움은 나뿐만 아니라 주변 동기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동료들조차 더 많은 기회와 자원을 찾아 학부 졸업 이후 대학원을 수도권으로 옮기거나, 지역을 떠나 서울 활동을 이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더 큰 문제는 지방의 예술 환경이 수도권에 비해 도태되어 있다는 현실이다. 문화예술 지원사업조차도 지방에서는 수도권에 비해 기회가 제한적이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까지 과정도 어려운 구조다. 특히 클래식 음악의 경우, 티켓파워가 있는 유명 클래식 아티스트를 제외하면 일반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운 분야로 인식되고 있다. 가뜩이나 예술 저변이 부족한 지역에서 클래식 음악은 진입장벽이 높은 예술이라는 고정관념 속에서 관객층 확대에 봉착하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는 작년부터 공연 기획자로서 개인 프로젝트와 예술 단체인 아르플래닛의 활동을 병행하며 두 개의 축으로 나눠 활동을 시작했다. 두 프로젝트 모두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목표로 했고, 관객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전 공연을 무료로 진행했다. 무료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클래식 장벽을 낮추고, 공연장을 보다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고 싶었다. 대부분의 공연을 각각 독특한 테마를 중심으로 기획, 관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구체적으로 잊혀진 예술가들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기획 ‘리멤버 아티스트’를 필두로 ACC ‘창단연주회’, ‘조인트 리사이틀’ 등 다양한 기획을 선보였다. 그 결과, 작년 한 해 동안 총 10개의 공연을 기획했으며 1500여명 이상 관객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 중 가장 주목받은 공연은 지역 청년작가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인상주의 음악과 지역 청년작가의 편안한 색채감을 결합한 ‘색채의 멜로디’였다. 공연 중에는 빔프로젝터를 활용해 작가의 작품을 무대 위에 투사하여 음악과 시각적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했다. 이 공연은 음악과 미술이 어우러진 새로운 형식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나는 아르플래닛을 창단하며 지방 예술 환경을 개선하고자 했다. 아르플래닛은 단순히 공연을 기획하는 단체를 넘어 ‘예술가와 관객이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자 하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지방 예술가들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역 클래식 음악의 저변을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앞으로도 아르플래닛의 대표이자 공연 기획자로서 광주 지역의 클래식 음악 발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다는 복안이다. 클래식 음악은 단순히 즐기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음악의 힘을 지역 사회에 널리 전파하기 위해, 예술 본래의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클래식 공연을 기획하고 싶다.

광주·전남의 클래식 음악이 더욱 활성화되고, 누구나 클래식을 친근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고대한다. 나 또한 그 여정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며 지역 예술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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