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애도 - 송기동 예향부장
2025년 01월 07일(화) 00:00
“고통 없는 곳 안전한 곳에서 편히 쉬세요.” “아름다웠던 기억들로 가득 채우소서 편히 쉬소서.”

광주시 동구 전일빌딩 245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추모객들이 남긴 포스트잇과 방명록 글귀마다 고인의 명복을 비는 애절함과 안전한 사회를 바라는 간절함이 담겨있다.

참사가 일어난 지 9일째, 지역사회는 여전히 슬픔에 잠겨있다. 그렇지만 이번 참사를 겪으며 ‘공동체의 힘’을 절감한다. 전국 각지에서 55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자발적으로 무안을 찾아 슬픔과 비통에 잠겨있는 유가족의 아픔을 나눴다. 목포에 거주하는 한 장애인 부부는 300인분의 커피와 차를 준비해 왔으며 무안 여성농업인들은 떡국 봉사를 했다. 특히 요리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유명 셰프 등 요리사 30여명도 전복죽을 끓여 제공했다. 공동체 모두의 애도는 모진 슬픔을 이겨내게 했다. 그러나 이번 참사가 사적 애도에 그쳐서는 안 된다. 나아가 공동체를 위한 공적인 애도를 해야 한다.

저널리스트 김인정은 ‘고통 구경하는 사회’에서 “한 공동체가 슬퍼하기로 결정한 죽음을 들여다보면 그 사회가 욕망하는 사회의 모습을 알 수 있다”며 “‘우리’가 무엇을 잃었는지를 생각하도록 주어의 영역을 확장해 준다”며 공적 애도를 말한다.

“…왜 죽었고, 누가 죽였는지에 대한 정연한 이야기가 필요해진다. 파편으로 밖에 남을 수 없는 외로운 사적 애도를 위해 공동체가 함께 해 줄 수 있는 일은, ‘왜’, ‘무엇을’, ‘어떻게’와 같은 구성 성분이 제자리를 찾도록 하여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것 정도다. 공적 애도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자주 화두가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수습과 유가족 인도 절차가 마무리되고 사고 원인 조사가 본격화됐다. 광주시 해외 자매·우호 도시 50여 곳에서도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애도하고 위로하는 서한문이 오고 있다. 참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사고 원인을 철저히 밝히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공동체의, 공동체에 의한, 공동체를 위한 슬픔과 애도를 넘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song@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