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체험이 직조된 서정 미학
2025년 01월 01일(수) 18:39
영암 출신 박정현 시인 시집 ‘당신이란 페이지를 넘기는 중입니다’ 펴내
영암 출신 박정현 시인이 첫 시집 ‘당신이란 페이지를 넘기는 중입니다’(상상인)를 펴냈다.

지난 2019년 ‘불교와문학’으로 등단해 직지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의 초기 작품 세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시집에서는 기억과 체험이 직조된 서정적 미학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오늘의 시대, 메마르고 각박한 현실을 견뎌야 하는 현대인들의 삶과 정서를 포착한다.

“너는 이미 다녀갔는데/ 다녀가겠다는 엽서가 이제야 당도했다// 파사석탑과 아유타국 공주가/ 합장하고 있는 380? 우표가 붙어 있었다// 선납 일반통상 $50은 바람신의 노여움을/ 기어이 뚫겠다는 의지의 속도?// 다녀간 후 다녀간다는 소식으로/ 너에게 닿고 싶어졌다// 네가 앞질러버릴 너의 다음 엽서의/ 여정은 시작되었고…”

위 시 ‘엽서의 속도’는 심리적인 속도에 대한 화자의 마음이 투영돼 있다. 사람보다 늦게 도착한 엽서는 어쩌면 다음의 방문에 대한 예고인지 모른다. ‘엽서의 속도’가 생각의 속도, 마음의 속도를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삶에 드리워진 다양한 속도의 개념을 만남과 해후라는 관점에서 톺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형철 시인은 박정현 시인의 작품에 대해 “그의 시는 심미적 감식안을 통해 비극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존재론적 원적이 어디에 있는지를 끊임없이 환기시킨다”고 평한다.

한편 박 시인은 지난 2023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창작기금을 수혜 받았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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