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임명 보류로 탄핵 자초한 韓대행
2024년 12월 27일(금) 00:00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결국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명에 대한 임명을 보류했다.

한 권한대행은 어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고유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것이 우리 헌법과 법률에 담긴 일관된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불가피하게 이런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면서 “오로지 국민을 바라보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가의 미래를 위해 판단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 권한대행의 임명 보류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그동안 그의 행보로 볼때 어느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하지만 이는 야당을 떠나 국민들의 정서와는 너무나 동떨어진 결정이라 충격적이다. 대다수 헌법학자들은 헌법재판관 3명이 공석인 상태에서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는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더구나 헌법재판소는 물론 국민의힘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조차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은 헌법 규정에 합당한 조치라고 말하고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여야 논의 대상이 아닌 임명 행위를 합의해 달라고 하는 것은 국회 선출권을 침해한 것으로 한 대행의 임명 거부는 명분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 대행의 임명 보류는 사실상의 거부권 행사나 마찬가지다. 여야 합의를 내세워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국민의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탄핵 심판 지연을 위해 헌법재판관 9인 체제를 막으려 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법 23조는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재판관 6인 체제로도 재판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지만 9명 완전체로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추후 혹시라도 불거질 정치적 논란을 막을 수 있다. 한 대행이 임명 보류를 선택한 것은 탄핵 심판을 지연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무총리로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참석한 한 대행은 내란죄 동조 세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당이 어제 발의한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에는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외에도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사유가 담겨 있다. 탄핵을 자초한 한 대행에 대해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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