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 이보람 예향부 차장
2024년 12월 18일(수) 00:00
‘겨울나기’라는 말이 있다. ‘겨울을 나다’의 명사형으로 추운 겨울을 대비해 준비해서 살아감을 의미한다. 애벌레는 고치를 틀어 겨울나기를 하고, 개구리나 뱀은 먹이가 풍족하지 않은 겨울에 대비해 에너지를 비축하고자 깊은 겨울잠을 잔다. 따뜻한 남쪽으로 비행을 떠나는 새들은 비행능력을 잃지 않기 위해 좌우 날개가 대칭적으로 털갈이를 하며 이때 겨울깃이 생기기도 한다. 산토끼나 멧닭, 족제비 등 야생동물들은 겨울에 털갈이를 하는데 이 시기의 털은 여름에 나는 털보다 두껍고 촘촘해 보온력이 뛰어나다고 하니 신기한 동물세상이 아닐 수 없다.

겨울나기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낙안민속마을에서는 초가지붕에 볏짚을 엮어 이엉 잇기를 하고, 집집마다 추워지기 전 김장을 끝내고 겨울나기 준비를 한다. 화목난로를 사용하시는 시골 부모님댁은 긴 겨울을 지낼 장작이 부족하지 않게 땔감을 넉넉하게 준비해두셨고 더불어 집 마당에 터를 잡은 고양이 대가족들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도록 스티로폼 박스를 이용한 숨숨집도 곳곳에 마련해 두셨다.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겨울나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웃풍이 들어오는 집은 창문에 일명 ‘뽁뽁이’라 불리는 난방용 에어캡을 부착해 냉기를 막아주거나 문풍지를 꼼꼼하게 붙여 새나가는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다. 장롱에 넣어두었던 전기 난방용품들도 사용 전 상태가 괜찮은지 미리 체크하고 베란다의 식물들도 실내로 들여 찬 기운에 얼지 않게 도와주는 게 좋다. 우리 가족의 안전을 위한 자동차 정비도 필수다. 추운 날씨에는 타이어의 공기압과 배터리의 성능을 점검하고 눈길이나 빙판길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겨울용 타이어로 교체하는 것도 필요하다. 엔진 보호를 위해 부동액(냉각수) 농도도 체크해야 한다. 난방이나 히터 점검은 기본이다. 이만하면 올 겨울은 큰 탈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이웃의 겨울나기에도 관심을 기울여보면 어떨까. 이맘때면 소외이웃을 위한 연탄 봉사, 방한용품 전달 등 다양한 후원 소식이 들려온다. 모두가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따뜻한 마음 하나를 더해보자. /bora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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