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키스토크라시 - 김지을 정치부 부장
2024년 12월 16일(월) 22:30 가가
“‘카키스토크라시’(kakistocracy)에 맞서 싸운다면 결국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노벨경제학상(2008년)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분노의 시대에서 희망찾기’라는 제목의 고별 칼럼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카키스토크라시는 그리스어로 ‘나쁜·못된’을 뜻하는 형용사 ‘카코스’(kakos)의 최상급 ‘카키스토’(kakisto)와 지배·통치를 의미하는 접미사 ‘크라시’(cracy)의 합성어로, ‘최악의 사람들에 의한 정치’를 뜻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미국 상황을 ‘카키스토크라시’로 규정한 게 크루그먼 교수의 시각이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2024년의 단어’로 ‘카키스토크라시’를 꼽았다.
단어가 처음 등장한 건 1644년 영국에서다. 왕당파와 의회파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국왕을 지지하는 목사가 반란 세력을 향해 “건실한 군주제가 미친 카키스토크라시로 전락할 경우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380년 전 단어가 현대 정치에서 재조명 되는 건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부인 방탄에 골몰하다가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면서도 사과는커녕 궤변으로 일관했다가 탄핵된 내란 우두머리 혐의자, 비겁한 침묵으로 계엄 선포를 가능하게 했던 국무회의 참석자들, 국회 출입을 막고 군홧발로 짓밟고도 ‘위헌·위법인 줄 몰랐다. 시켜서 했다’는 경찰·군인 지휘관들, 국민 뜻을 외면하고 탄핵 투표를 거부한 의원들. 부패하고 무능한 지도자들로 우리 일상이 위협받았지 않나. 이들을 선택한 실수를 바로잡아야 할 때다.
김명훈은 자신의 책 ‘카키스토크라시’에서 ‘지금 저항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주제를 다루며 ‘공공 문제에 대해 선한 사람들이 무관심하면 그 대가로 악한 사람들의 지배를 당하게 된다’는 플라톤의 말을 인용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다.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 돌리지 마십시오. 낡은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만드는 힘은 국민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눈을 부릅뜨자.
/김지을 정치부 부장 dok2000@kwangju.co.kr
노벨경제학상(2008년)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최근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분노의 시대에서 희망찾기’라는 제목의 고별 칼럼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단어가 처음 등장한 건 1644년 영국에서다. 왕당파와 의회파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국왕을 지지하는 목사가 반란 세력을 향해 “건실한 군주제가 미친 카키스토크라시로 전락할 경우 끔찍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김명훈은 자신의 책 ‘카키스토크라시’에서 ‘지금 저항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주제를 다루며 ‘공공 문제에 대해 선한 사람들이 무관심하면 그 대가로 악한 사람들의 지배를 당하게 된다’는 플라톤의 말을 인용했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도 그랬다. “정치가 썩었다고 고개 돌리지 마십시오. 낡은 정치를 새로운 정치로 만드는 힘은 국민 여러분에게 있습니다.” 눈을 부릅뜨자.
/김지을 정치부 부장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