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 오광록 서울본부 부장
2024년 12월 12일(목) 22:00 가가
세종대왕은 훌륭하다. 그가 만든 한글은 만능이다. 사춘기 아들을 둔 아빠는 세종과 한글의 위대함을 매일 체험할 수 있다. 사춘기 사내 아이는 모든 대답을 ‘네’ 한 마디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밥먹었니? ‘네’. 학교는 어땠니? ‘네~에’. 아들은 ‘네’라는 단어에 발음의 높낮이 기분에 따른 강약을 주며 모든 대화를 마치고, 신기하게도 ‘네’ 한마디만 들어도 아이의 기분 등을 짐작할 수 있다.
비상계엄은 사춘기 아들의 대화법에도 변화를 줬다. 비상계엄이 내려진 3일 밤,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의 작은 숙소에서 기거하며 국회를 출입하는 기자 아빠의 안부를 물었다.
아빠 괜찮아요?
헬기에서 중무장한 특수부대가 국회 잔디밭에 내렸고, 국회본관 유리창을 깨고 계엄군이 진입했다. 의원회관 사무실과 국회 인근에 있던 의원은 가로막는 경찰과 군인을 피해 국회 담을 넘었고, 누군가의 아빠·엄마이기도 한 국회 보좌진은 피를 흘리며 계엄군의 진입을 막았다. 결혼을 앞둔 새신랑 보좌진은 얼굴에 아홉 바늘을 봉합하는 상처를 입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은 신속하게 계엄 해제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고, 끝내 계엄을 막아냈다. 새내기 보좌진도 공포에 떨면서도 고함을 지르며 계엄군의 진입을 막았다.
계엄군도 과거와는 달랐다. 탄창을 채우지 않거나 총구를 아래로 향해 사고의 위험을 줄였다. 최고의 전투력을 지닌 특수부대였지만 국회 관계자·시민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충돌을 피했다. 무엇보다도 세종의 후예인 시민은 ‘한글’보다 더 훌륭했다. 계엄 소식이 전해지자 국회로 달려와 국회 주변을 감싸고 군경의 진입을 막았다. 뒤늦게 국회에 도착한 국회의원의 월담도 시민이 도왔다. 민주주의는 늘 그랬다. 시민의 연대와 희생이 있었다.
아빠 괜찮다. 이날 사춘기 아이들의 걱정을 샀던 몰상식한 어른들의 계엄은 훌륭한 대다수 어른들이 잘 막아냈다. 아이가 어른을 걱정해야 하는 비정상적인 사회를 만들지 않기 위해 자리를 지키는 든든한 어른들이 있으니 ‘아름다운 사춘기’를 마음껏 즐겨.
/kroh@kwangju.co.kr
아빠 괜찮아요?
헬기에서 중무장한 특수부대가 국회 잔디밭에 내렸고, 국회본관 유리창을 깨고 계엄군이 진입했다. 의원회관 사무실과 국회 인근에 있던 의원은 가로막는 경찰과 군인을 피해 국회 담을 넘었고, 누군가의 아빠·엄마이기도 한 국회 보좌진은 피를 흘리며 계엄군의 진입을 막았다. 결혼을 앞둔 새신랑 보좌진은 얼굴에 아홉 바늘을 봉합하는 상처를 입기도 했다. 국회의원들은 신속하게 계엄 해제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고, 끝내 계엄을 막아냈다. 새내기 보좌진도 공포에 떨면서도 고함을 지르며 계엄군의 진입을 막았다.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