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송하며 쌓은 예술 감각, 식탁 위에 펼쳤죠”
2024년 12월 09일(월) 14:40
[인생 2막 주인공 꿈꾸는 신중년] <15> 다해커뮤니케이션즈 박해소 대표
서울 직장생활 4년만에 고향으로 ‘U턴’…음악방송 리포터
BBS 음악방송 DJ 활동하다 푸드 코디네이터로 ‘인생 2막’
茶 생활지도사·유니버시아드 통역 등 다양한 분야 도전
‘토마토 크로켓 제조’ 외 3종 특허 시그니쳐 메뉴 개발 중
캐나다 대사관 푸드코디네이팅 프라이빗 행사 초청 받기도

광주국립박물관 행사 당시.

“음악방송을 진행하면서 쌓은 예술적 감각이 ‘푸드 코디네이터’로 커리어를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됐죠.”

다해커뮤니케이션즈(서구 화운로110번길)를 운영 중인 신중년 박해소(여·58) 대표의 말이다.

지역에서 중·고교 및 대학을 졸업한 박 씨는 서울로 상경해 한국경제산업진흥연구원에서 4년여 근무를 하다 고향 광주로 ‘유턴’했다.

광주로 돌아온 그는 처음에는 금남로 사랑방 문고에서 음반판매점 대리로 일하면서 조금씩 음악에 조예를 쌓았고, 음악방송 일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두게 됐다.

그는 2005년부터 KBC라디오 ‘김학실의 음악방송’에서 관광지를 음악·음식과 소개하는 리포터 역할을 맡았다. 아침마다 광주·전남 곳곳을 돌아다니며 남도의 맛과 멋을 지역민에 알렸다.

광주 BBS 불교방송 ‘내마음의 선율을 싣고’ 진행 당시 박 씨 모습. <박해소 씨 제공>
경험이 쌓이자 2014년부터는 BBS 음악프로그램 ‘내마음의 선율을 싣고’에서 DJ로 근무하기 시작했다. 당시 김장범 PD와 함께 클래식은 물론 팝송, 불교음악 등을 추천하면서 지역 시민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박 씨가 푸드 코디네이터가 되어 인생 2막을 펼쳐가기로 결심한 것은 음악방송 진행 경험과 무관하지 않다.

한 번은 그가 봉사하던 절간을 찾은 관광객이 평소 라디오에서 듣던 목소리를 알아보고 “아름다운 목소리가 우리 차 문화를 소개하는 일과 어울린다”고 했다는 것이다.

송광사 주지였던 현봉 스님 또한 “다도 일을 제대로 하면서 한국 문화를 알려보면 좋겠다”고 격려하자 용기를 얻어, 처음에 그는 ‘다도 해설사’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유니버시아드 통역 및 차 봉사.
박 씨가 준비한 다도.
그로부터 한국차문화협회(동구 운림동)에서 2년여간 차 문화를 배웠으며 한국차문화협회 차 생활지도사 자격을 비롯해 문체부 문화관광해설사, 다인 자격증(명원문화재단)을 취득했다.

탄력을 받아 한국커피협회 티마스터 자격(1급), 한국식공간디자인협회 푸드코디네이터(2급) 등을 취득한 뒤 유니버시아드 시민영어스쿨, 스피치지도사 1급(한국청소년육성협회) 과정을 거쳤다.

2008년에는 전남도에서 영어문화관광해설사 자격을 받았고 같은 해 숲생태문화교육 최고지도자 과정과 의료통역 코디네이터 양성 과정을 수료하면서 다도에서 점차 문화 전반으로 관심사를 넓혔다.

그러면서 광주·전남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아름답게 배치하는 ‘푸드 코디네이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음악방송을 진행하며 갖춘 자신만의 미적 안목과 자신감도 도움이 됐다.

이후 2010년 44세의 다소 이른 나이지만 인생 2막을 시작했다.

2022년 섬강매향골 농촌체험 휴양마을 푸드 케이터링 시연 모습.
푸드 코디네이터로 다해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한 것이다. 점차 연 소득도 늘어 이제는 8000만~1억여 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다.

인생 2막을 시작했음에도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2015년부터는 파티플래너 자격을 비롯해 브런치 메뉴 창업과정을 수료했으며 농산물 마케팅 전문가 과정을 통해 브랜딩 기술까지 익혔다. 2018년에는 장수건강식품 마이크로비오틱 교육과정은 물론 수제청 창업과정을 수강하는 등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는 “다양한 활동을 쉴 틈 없이 해온 터라 주변에서 ‘뭘 그렇게 열심히 사느냐’는 말을 자주 들었다”며 “나 자신이 배움에 깨어있는 사람이길 지향하기에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대학원에 진학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동신대, 목포대, 전남도립대, 호남대 등에서 3년 가량 ‘남도문화의 이해’, ‘관광경영학’ 강의를 맡으며 전문성을 키웠다”고 부연했다.

KBC 광주방송 아침방송 푸드 리포터(오른쪽) 시절.
음악방송 진행 경험 때문인지 현재도 그의 행사장에는 노래가 자주 흐른다. 또한 그는 불교 음악프로그램 진행경력 등으로 인해 케이터링이 단순한 음식 진열이 아니라 불가의 자비행 의식과 맞물린 관(觀·베풂)의 실천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차별화된 케이터링 작업 덕분에 그는 노력을 인정받는 중이다. 특히 그가 집중한 부분은 자신이 준비한 음식에 대해 해설을 가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남도 문화관광해설 경연대회 대상, 전남도 친절관광인상을 수상했으며 한국관광공사로부터 전남관광 구석구석 해설시나리오 우수상 등을 받으면서 전문성을 키웠다.

문체부, 행안부, 해수부 등으로부터 한국향토음식전시, 한국발효음식전시 분야 장관상을 수상한 이력도 흥미롭다. 2019년 보건복지부 한국발효음식전시 장관상까지 취득하면서 그는 자신의 실력을 ‘증명’했다.

최근에도 그는 ‘토마토를 이용한 크로켓 제조 방법’ 외 3종 특허를 취득하며 자신만의 시그니쳐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음식관광협회로부터 우수지도자상을 받는 등 치열했던 노력의 흔적이 가늠된다.
최근 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해소 씨.


“라디오 진행자로 일할 때에는 브람스 ‘현악 6중주 1번 2악장’을 자주 틀었습니다. 이 작품은 비극적인 단조 악상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고양시키는 희망이 느껴지죠. 긴 곡이라 PD님께 “이러다 채널 돌아간다”는 꾸지람도 들었지만 밝은 미래를 꿈꾸던 제 모습 같아서요.”

그는 최근 브리티시 콜럼비아주(캐나다) 및 캐나다 대사관이 주관한 푸드코디네이팅 프라이빗 행사 ‘2024 B.C Week’에 초청받을 만큼 식음료 분야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고 있다.

얼마 전에도 서울 양재 AT센터 열린 ‘제7회 베지노믹스페어 비건페스타’ 에서 ‘탄소중립 실천과 건강한 먹거리’를 주제로 강연한 바 있다.

/글·사진=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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