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 “내란 공범 국민의힘 해체” 목놓아 외치다
2024년 12월 08일(일) 20:05
[광화문·국회앞 집회 현장 르포]
영하 날씨에도 100만명 집결
구름 인파에 통신 장애도 발생
탄핵 투표 불성립에 시민들 분노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죄 윤석열 퇴진! 국민주권 실현! 사회대개혁!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탄핵안 표결을 촉구하고 있다./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국민에게 총구를 겨눈 윤석열은 용서받을 수 없다. 물러나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이 진행된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국민들의 절규다. 이날 국회 앞에 모인 참가자는 경찰 비공식 추산 14만 9000명으로 집계됐고, 주최측은 100만명으로 봤다.

오후 3시께부터 시작된 윤석열 대통령 퇴진시위 현장에는 광주·전남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영하권 날씨임에도 핫팩과 담요 등으로 몸을 감싸고 직접 만든 손팻말 등을 들고 현장에 모였다.

8년 전 박근혜 퇴진 운동 때와 달리 촛불은 볼 수 없었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각자 좋아하는 연예인 응원봉 등에 ‘탄핵’ 글자를 붙이고 거리로 나섰다. 이채연(여·23)씨는 “비록 촛불은 아니지만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빛이 밝은 응원봉을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갑자기 불어나는 인파 때문에 국회의사당역과 여의도역을 지나는 9호선은 3시간여 동안 무정차 통과했고, 일시적으로 휴대전화와 와이파이가 끊기는 등 통신 장애도 발생했다.

한강 작가의 책 제목 ‘소년이 온다’를 ‘국민이 온다’로 바꿔 시위에 나선 참가자도 있었고, ‘전국 깃발 준비 못한 사람 동호회’ 등 개인이 직접 제작한 유머러스한 깃발 등도 눈에 띄었다.

뜻을 함께한다는 연대의식으로 핫팩과 간식 등을 가방에 가득 담아 현장에서 시위 참가자들에게 나눠주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당초 현장에 모인 시민들은 ‘윤석열 탄핵’을 외치면서 대부분 이날 탄핵안이 가결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경기도 안양에서 온 이동현(여·42)씨는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어 오늘 국회로 나섰다”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당연하고 처벌까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후 5시께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상정되자 현장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위 현장에는 ‘임을 위한 행진곡’과 ‘광야에서’ 등 노래가 울려 퍼지기도 했다.

40여분 뒤 김건희 특검법 부결 소식에 현장에서는 잠시 침묵이 이어졌고 곧 욕설과 탄식이 흘러나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이 불성립될 가능성이 커지자 시민들은 할 말을 잃고 탄식을 쏟아냈다.

“윤석열을 체포하라”고 외치던 한 남성은 “이게 말이 되냐. 다 제정신이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황망하다는 듯 눈물을 글썽이는 이들도 있었다.

부결 가능성이 크다는 소식을 들은 일부 시민은 귀가했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국회 앞에 남아 “윤석열 탄핵”을 목놓아 외쳤다. 또, 인근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찾아 “내란 공범 국민의힘 해체하라”고 고함치기도 했다.

언론을 통해 이날 자정까지 탄핵 소추안 표결이 이어질 것이라는 뉴스를 접한 시민들은 다시 국회 앞 시위현장에 복귀해 탄핵을 연호하기도 했다.

밤 9시 20분께 의결 정족수 부족에 따른 투표 불성립으로 끝나자 참가자들은 분노했다. 답답한 마음에 아내와 함께 국회를 찾았다는 김기웅(57·서울 영등포구)씨는 “나라 꼴이 말이 아니다”며 “국민이 아니라 당의 안위를 우선한 국민의힘은 결국 윤석열과 함께 심판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선후배 사이인 전진아(여·22·인천)씨와 김수진(여·24·평택), 김지우(여·21·청주), 김채은(여·24·대구)씨는 서로 지역은 다르지만 분노의 정도는 같다고 입을 모았다.

전씨는 “졸업작품을 다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쉬고 있던 중 계엄이 선포됐고, 2차 계엄 등 혹시 모를 비상사태에 대비해 모든 약속도 취소해야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탄핵은 불발 됐지만 가결 될 때까지 거리로 나설 것”이라고 비장함을 드러냈다.

/서울=김다인 기자 kdi@·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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