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헌법적 비상계엄, 윤 대통령이 책임져야
2024년 12월 05일(목) 00:00
절차 무시, 국회 제약은 위법
여야 190명 전원 찬성 해제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온 국민이 잠자리에 들 시간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민들은 혹시 전쟁이 나지 않았나하는 생각에 큰 충격을 받았다. 45년 전을 마지막으로 역사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군부독재 시절에서나 내려졌던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모습은 한동안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비상식적이었다. K컬처를 필두로 국제 사회에서 민주주의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룩한 선진국가로 찬사를 받은 대한민국이라는 브랜드의 위상과 신용도를 급락시킨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25분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의 명분으로 종북 반국가 세력 척결, 탄핵과 정부 예산 삭감 등을 추진한 민주당의 국회에서의 패악질 등을 꼽았지만 우리 국민은 물론 외신들도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택한 자충수라는 평가를 하고 있다. 정치적 대립을 정치로 풀지않고 적의 침입을 막아야 할 군 병력을 동원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을 제압하는 데 사용한 것을 어느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이후 국방부는 전군에 비상경계·대비 태세 강화를 지시했고, 계엄사령부는 일체의 정치활동 금지와 언론 통제 등을 골자로 한 포고령 1호를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48시간 이내에 현업에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와 포고령 위반자를 처단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적군에게나 사용하는 처단이라는 용어를 국민을 상대로 사용했다는 비난과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행히 우원식 국회의장이 4일 새벽 국회를 소집해 여야 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결국 윤 대통령이 4일 새벽 4시27분께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선포 6시간 여만이다. 그나마 우리 정치가 살아 있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질서가 최소한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다행스럽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온 국민이 혼란에 빠졌지만 5·18민주화운동의 당사자이자 피해자인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도이다. 총을 든 채 국회 담을 넘는 계엄군, 국회 상공에 뜬 헬기 등 1980년 5월 전남도청 앞 상황과 완벽히 일치하는 장면에 많은 지역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비상계엄은 철회됐지만 후폭풍은 걷잡을 수 없이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 6당은 이날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내란죄 고발과 탄핵 추진을 공식화했다.

비상계엄은 전쟁에 준하는 비상 사태에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조치라는 것은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사유는 야당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와 감액 예산안 추진 등으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여기에 계엄령 선포 전 국무회의 심의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인데다 ‘계엄 선포시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해야 하는 절차도 무시했으며, 계엄시라도 국회의 권한을 제약할 수 있는 어떠한 조치도 할 수 없지만 포고령을 통해 국회의원의 활동을 제약한 점은 반헌법적 행태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사태로 대한민국의 신용도는 바닥으로 떨어져 외교가 불안정할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마저 타격을 입고 있다. 지금은 불안정한 국가를, 불안한 국민을 걱정해야 할 시기이다. 윤 대통령은 신속히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과 대국민사과를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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