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호외 - 윤현석 경제·행정 부국장
2024년 12월 04일(수) 21:30 가가
2024년 12월 3일 밤 11시 20분 편집국으로 들어섰다. 밤 10시 23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너무도 뜬금없는 계엄선포에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우리는 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를 우려했다. TV에서는 계엄군의 국회 본회의장 진입 시도, 국회 정문의 아수라장 등의 뉴스가 실시간으로 나오고 있었다. 마감을 위해 읽어 내려간 긴급담화는 ‘패악질’, ‘망국의 나락’, ‘망국의 원흉’, ‘체제 전복’, ‘반국가세력’, ‘반국가행위’ 등 시대착오적이며 비난 가득한 낱말들로 채워져 있었다. 여·야 정당 대표를 비롯해 각계 반응이 쏟아지는 가운데 마감시간을 4일 밤 12시 30분으로 설정했다.
문제는 국회가 열릴 수 있는지였다.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할 경우 비상계엄의 효력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계엄군이 국회의원들의 출입을 막고, 정당 대표와 국회의원들을 체포해버린다면 상황은 심각하게 흘러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속속 국회로 들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둘로 나뉘어 당 대표가 이끄는 18명은 국회로 갔으나, 나머지는 원내대표가 당사에 묶어두었다.
새벽 1시1분 190명 재적 국회의원 전원 찬성으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었다. 즉시 대통령은 계엄을 해제해야 하지만, 반응은 없었다. 그러나 이로 인해 극도로 팽팽했던 분위기가 가라앉고, 어느 순간 계엄군이 자취를 감추는 등 상황은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가결 소식을 집어넣고 서둘러 제작을 끝냈다. 지난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7년 9개월만의 광주일보 호외다.
45년의 역사를 뒤로 돌리려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150분만에 그 효력을 상실했다. 돌이켜보면 취임 이후 그의 권력은 국가, 국민이 아닌 자신과 가족, 주변 소수를 위해 남용되었다. 이날 한밤의 ‘해프닝’이 사실상의 친위쿠데타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충격적이며, 회복할 수 없다. 그가 지금 후회하고 있을지, 반성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까.
/윤현석 경제·행정 부국장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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