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대와 순천대 - 윤현석 경제·행정 부국장
2024년 11월 21일(목) 00:00 가가
대학은 대개 중세 초기 유럽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지식의 축적·전파, 교류, 창조라는 측면에서 그 주장은 설득력이 있는 것 같다. 가르칠 사람과 배울 사람이 길드(Guild), 즉 조합을 구성해 상호 수요를 충족시키며 시작된 대학은 도시의 핵심 요소이기도 했다. 대학에서 배운 자들은 사회적 책임을 갖고 자아 비판 능력과 합리성을 갖춘 엘리트로 존중을 받았다.
12~16세기 파리, 발렌시아, 살라망카, 파도바를 거쳐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등에 이르기까지 유럽 주요 도시에 약 80개의 대학들이 설립되었다. 유럽의 정체성과 문화는 대학을 중심으로 정립되었으며, 자본주의와 결합하면서 대학에서 가르치는 분야가 확장되고 그 전문성 또한 깊어질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학은 1880년대 정부가 설립한 서양식 전문학교가 그 모태가 된다. 1881년 별기군을 시작으로 1900년 광무학당까지, 10여개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 민간에서도 1885년 배재학당을 시작으로 이화·숭실학당 등이 비슷한 시기 들어섰다. 그만큼 조선 후기 식자층의 신학문에 대한 배움의 열정은 컸고, 위기에 봉착한 국가를 떠받칠 지식인 양성 시스템은 시급했다.
해방 이후 20곳에 불과했던 대학은 1965년 국공립 14곳, 사립 56곳 등 70곳으로 늘었지만 급증하는 학령인구를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난 지금 국공립 35곳, 사립 154곳 등 대학은 409곳이나 된다. 수도권으로 인구·자본·기업의 과도한 집중 속에 수도권에는 학생이 넘치고, 지방 대학은 문을 닫아야 할 심각한 위기에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정부는 이를 타개할 혁신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고,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송하철 목포대 총장과 이병운 순천대총장이 지난 15일 전남의 숙원인 의대 설립을 위해 전격적으로 대학 통합 합의문에 서명했다. 지방 대학 그리고 지방의 절체절명 위기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진 그들의 결단은 스스로의 힘으로 모두를 살릴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했다는데 그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이 합의가 전남과 양 대학이 새롭게 도약하는 토대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chadol@kwangju.co.kr
우리나라의 대학은 1880년대 정부가 설립한 서양식 전문학교가 그 모태가 된다. 1881년 별기군을 시작으로 1900년 광무학당까지, 10여개가 잇따라 문을 열었다. 민간에서도 1885년 배재학당을 시작으로 이화·숭실학당 등이 비슷한 시기 들어섰다. 그만큼 조선 후기 식자층의 신학문에 대한 배움의 열정은 컸고, 위기에 봉착한 국가를 떠받칠 지식인 양성 시스템은 시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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