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캠프를 가다] “내년엔 내가 우승 주인공” 행복한 ‘지옥 캠프’
2024년 11월 17일(일) 22:30
야수조, 이틀 연속 강도높은 훈련에도 신인 등 의욕 넘쳐

KIA 김규성(오른쪽)이 지난 17일 일본 오키나와 구시가와 실내연습장에서 미츠마타 타이키(오른쪽에서 두 번째) 인스트럭터가 지켜보는 가운데 김민우 코치와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가 ‘지옥의 캠프’를 보내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캠프를 치르고 있는 KIA는 비가 계속되면서 훈련 스케줄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비는 휴식을 부르는 ‘단비’가 되곤 했지만 이번 캠프는 상황이 다르다.

KIA는 지난 15·16일 이틀 연속 실내에서 훈련을 했다. 비가 계속 내리면서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못했고, 킨 구장 실내 연습장이 전국 사이클 대회 일정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구시가와 실내 연습장으로 이동해 훈련을 소화했다.

15일에 투수조들이 이곳에서 불펜 피칭을 소화했고, 야수조들은 숙소에서 웨이트 훈련을 하면서 모처럼 여유의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다. 하지만 16일 야수조들의 훈련이 시작되자 실내 연습장은 ‘지옥’이 됐다.

효율적으로 집중력 있게 훈련을 하기 위해 실내연습장 구역이 나뉘었다.

일단 두 개 조가 타격 훈련을 하는 가운데 조재영 코치가 티배팅을 지휘했고, 타케시 코치와 이해창 코치가 두 조로 나눠 포수들의 훈련을 진행했다. 김민우 코치와 미츠마타 타이키 인스트럭터는 수비 훈련을 이끌었다.

동시에 빠르게 훈련이 진행되면서 선수들은 쉴 새 없이 연습장을 오갔다.

전날 못했던 훈련까지 더해 압축적으로 훈련이 전개되면서 경기장 곳곳에서는 선수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빠른 티를 5박스를 채워야 하는 미션을 끝낸 뒤 외야수 박정우는 “다리가 움직이지 않는다”면서 한동안 자리에 주저앉아있기도 했다. “이렇게 했는데 내년에 안타 50개 못 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한 박정우.

이어 티배팅을 끝낸 김두현도 “악마를 보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쉴 틈을 주지 않은 조재영 코치가 ‘악마’로 보인 것이다.

김규성은 김민우 코치의 밀착 지도로 땀을 비 오듯 흘렸다.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 옷을 비틀면 땀이 물처럼 쏟아질 정도였다.

예비역이 돼 마무리캠프에 참가한 포수 신명승의 비명도 실내 연습장에 울려 퍼졌다.

타케시 코치의 지도 아래 송구를 하고 또 한 뒤 신명승은 자리에 드러눕기도 했다.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은 잠시, 다케시 코치는 신명승의 굳어진 다리를 정성스럽게 주물러준 뒤 다시 일으켜 세워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량이 가장 많은 것 같다”며 야수조 최고참 오선우도 인정한 강도 높은 캠프다. 비명소리가 절로 나는 캠프지만 선수들의 의욕은 넘친다.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우승 순간을 지켜본 이들에게는 주인공이 되고 싶다는 동기부여가 생겼고,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은 이번 캠프를 통해 1군 코칭스태프에게 어필 무대를 갖고 있다.

신인 선수들에게도 프로를 미리 경험하고 준비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그냥 흘러보낼 수 없는 시간이다.

한편 17일 휴식을 보내면서 재충전이 시간을 가진 KIA 선수들은 18일 다시 ‘지옥의 캠프’에서 타협 없는 훈련을 이어 나가게 된다.

/글·사진=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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