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에서 인생에 대한 사유를 끌어내다
2024년 11월 15일(금) 00:00 가가
아트·대학살의 신·스페인 연극-야스미나 레자 지음
오랜 우정을 나눠 온 세 친구가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피부과 의사 세르주는 몇달 동안 마음에 품었던 그림 한점을 산다. 그림을 보러 친구 집을 방문한 항공 엔지니어 마르크는 얼핏 보면 그저 텅빈 하얀 캔버스로 보이는 그림을 무려 20만 프랑을 주고 샀다는 말에 그의 허영심을 질타한다. 그림에서 작은 감동을 받은 또 다른 친구 이방은 중재에 나서 친구들을 화해시키려 하지만 일은 점점 꼬여만 간다.
블랙코미디 연극 ‘아트’는 ‘르몽드’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현대 프랑스 극작”이라고 언급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정보석·권해효·엄기준 등 많은 배우들이 거쳐간 인기 레퍼토리다.
“일상의 평번한 사건들 속에서 인생에 대한 사유를 끌어낸다”는 평을 받는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대표 희곡작품 ‘아트’, ‘대학살의 신’, ‘스페인 연극’이 동시에 출간됐다.
‘아트’는 세 남자의 우정이 허영과 오만에 의해 무너지고 다시 봉합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블랙코미디다. 더불어 예술에 대해 각자 다른 견해를 가진 세 사람이 작품 한 점을 두고 현대미술의 가치에 대해 벌이는 논쟁을 통해 예술 작품을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 기준은 각자에게 어떻게 다른가 등에 대한 질문을 독자에게 던진다.
‘대학살의 신’은 거창한 제목과 달리 소소한 이야기를 다룬다. 등장인물은 아이들이 싸운 문제로 만나게 된 두 쌍의 부부. 각각 변호사와 자산관리사로 바쁜 일상을 보내는 레유 부부는 아들 페르디낭을 다치게 한 부뤼노의 집을 찾아가 레유 부부를 만난다.
두 부부는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반에는 서로 관대한 태도로 논의를 시작하지만 대화가 길어질수록 점차 논쟁적으로 변해가고, 문제의 원인인 폭력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드러내며 각자의 ‘정의’를 주장한다.
‘스페인 연극’은 연극이라는 장치를 통해 의사소통의 부재와 고독은 가장 가까운 가족 간에 더 심각해질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스페인의 한 가정에서 시작된다. 남편과 헤어진 후 새 애인과 생활하는 엄마, 연극배우로 데뷔하자마자 성공을 거둔 둘째 딸, 동생보다 먼저 배우가 됐지만 변두리 극장을 전전하는 큰 딸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더불어 극 중의 극인 ‘스페인 연극’을 연습하는 현장의 독백을 통해 배우로서의 삶과 연극, 사랑에 대한 성찰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뮤진트리·각권 1만4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일상의 평번한 사건들 속에서 인생에 대한 사유를 끌어낸다”는 평을 받는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의 대표 희곡작품 ‘아트’, ‘대학살의 신’, ‘스페인 연극’이 동시에 출간됐다.
두 부부는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반에는 서로 관대한 태도로 논의를 시작하지만 대화가 길어질수록 점차 논쟁적으로 변해가고, 문제의 원인인 폭력에 대한 상반된 견해를 드러내며 각자의 ‘정의’를 주장한다.
‘스페인 연극’은 연극이라는 장치를 통해 의사소통의 부재와 고독은 가장 가까운 가족 간에 더 심각해질 수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야기는 스페인의 한 가정에서 시작된다. 남편과 헤어진 후 새 애인과 생활하는 엄마, 연극배우로 데뷔하자마자 성공을 거둔 둘째 딸, 동생보다 먼저 배우가 됐지만 변두리 극장을 전전하는 큰 딸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더불어 극 중의 극인 ‘스페인 연극’을 연습하는 현장의 독백을 통해 배우로서의 삶과 연극, 사랑에 대한 성찰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뮤진트리·각권 1만4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