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광주교도소 무연고 유해, 여순희생자 연관 조사 시급
2024년 11월 12일(화) 20:20
유해 중 제주 4·3 희생자 포함…여순사건 당시 광주교도소 수감되기도
시기·거리상 전남 희생자 있을 가능성 높아 유전자 대조 작업 서둘러야

5ㆍ18진상조사위원회가 지난 2020년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유해 발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옛 광주교도소 부지에서 발굴된 무연고자 유해 261구 중에 제주 4·3사건(1947~1954년) 희생자의 유골이 확인됐다.

같은 시기에 발생한 10·29 여순사건(1948년) 관련자도 광주교도소에 수감된 기록이 다수 확인된 만큼, 무연고자 유해 중 여순사건 희생자(행방불명자)가 있는지 조사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12일 제주4·3평화재단 등에 따르면 제주도청은 지난 7일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무연고자 유해와 제주4·3사건 유족의 유전자(DNA) 정보를 대조한 결과 유해 1구가 일치한다고 밝혔다.

유해는 양성홍 제주 4·3 행방불명인 유족협의회장의 할아버지인 양천종씨(1898년생)로 확인됐다.

제주4·3사건 당시 농부였던 양씨는 군인이 제주도민을 ‘빨갱이’로 몰아 학살을 자행하자 산에서 피신 생활을 했으며, 1949년 7월 농삿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체포돼 광주교도소에 수감됐다가 12월 55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지난 2019년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는 옛 광주교도소 부지 인근 무연고자 합장묘를 개장하는 과정에서 기록되지 않은 유해 261구를 발견했다. 유해는 콘크리트 함에 담겨 있거나 봉분 흙더미에 파묻힌 상태였다.

조사위는 이 유해 중 일부가 5·18 행방불명자 또는 암매장 피해자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였으나, 유해들이 1980년 이전에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제주도청과 제주4·3평화재단은 지난 6월 5·18진상조사위로부터 광주교도소 유해에 대한 유전자 정보를 전달받아 기존에 확보해 둔 제주 4·3 행방불명자 유족들의 유전자와 대조 작업을 거쳤다.

그 결과 지난 9월 양씨의 유전자 신원이 확인됐으며, 제주도청은 유족들에게서 추가 채혈을 거쳐 정밀 감식한 결과 지난 7일 양씨의 신원을 최종 확인했다.

발굴 당시 “1970년대 광주시 동구 동명동에서 교도소가 이전해 올 때 합장된 무연고자 유골들의 일부”라는 일부 5·18 관계자들의 주장<2019년 12월 20일자 광주일보 온라인 ‘옛 광주교도소 부지서 유골 40구 발견…법무부, 5·18 연관성 조사’>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제주 4·3 희생자 유해 확인을 계기로 무연고자 유해 중 10·29 여순사건 희생자(행방불명자)가 있는지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사건 발생 시기가 겹치는데다 여순사건 당시에도 광주교도소에 수감된 이들이 있으며, 거리상으로도 제주 지역 희생자보다 전남 지역 희생자가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문제는 여순사건 진상규명활동을 하고 있는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위원회(여순사건위)가 유전자 대조 조사를 할 준비가 전혀 안 돼 있다는 것이다.

여순사건위는 출범 후 2년이 지나 지난달 5일 공식 조사 활동을 종료할 때까지 유족들의 유전자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다.

여순사건위는 담양군 대덕면 문학리 옥천골 야산 암매장지 희생자와 관련된 유족 100여명의 유전자를 수집할 계획을 세웠을 뿐이다.

여순사건위 관계자는 “그동안 유해발굴로 4억원의 예산을 받았는데, 내년도 예산안이 2억원으로 줄어든 상황이라 모든 유족들의 유전자를 확보하기에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형용 여순10·19 범국민연대 공동대표는 “제주 4·3 희생자의 유해가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됐다면, 시기상으로나 거리상으로나 여순사건 희생자 유해 또한 같은 곳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예산이 부족하다면 최소한 여순사건위를 통해 희생자 결정 통지를 받은 사람에 한해서라도 유전자 대조 작업을 서둘러야 하며, 고령 유족들이 한 분이라도 유해를 찾을 수 있게 하려면 희생자·유족 결정 또한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12일 기준 여순사건위는 총 7465건의 진상규명 희생자·유족 신고를 접수해 1884건에 대해 결정을 내렸다. 희생자 1587명과 유족 6474명이 결정됐으며, 희생자 중 308명이 행방불명자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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