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일의 ‘역사의 창’] 정권 부정평가의 근본 이유
2024년 11월 07일(목) 00:00
한국갤럽의 10월 29일~31일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평가는 19%, 부정평가는 72%다. 대구·경북(TK)지역의 지지율이 18%로, 전국 평가보다 낮다는 점이 눈에 띈다. 부정평가 이유로는 ‘김건희 여사문제’가 17%로 가장 높았다. 긍정평가 요인 중에는 ‘외교’가 33%로 가장 높다고 한다. 이 정권의 외교정책을 요약하면 ‘반북, 친일·친미’일 것이다. 일제 식민지배가 한국민들에게 축복이었다는 이른바 뉴라이트 노선과 일치한다. 반북으로 일관하면서 미국보다 미국의 이익을 더 챙기고, 일본보다 일본의 이익을 더 챙기다가 북한과 러시아를 다시 동맹국으로 만든 것이 긍정적 요소라는 뜻인지 알 수 없다.

이 정권의 근본문제는 ‘반대한민국적 역사관’이다. 이 뿌리에서 다른 모든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윤석열 후보의 출마선언 장소는 매헌기념관, 곧 윤봉길 기념관이었다. 그러나 당선 뒤 행보는 윤봉길 의사의 삶과 정반대였다. 그가 역사관련 국책기관장으로 임명한 이들은 한결같이 일제 때 우리 선조들의 국적이 일본이었다고 우기는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이다. 윤봉길 의사는 1932년 상해 홍구공원에 폭탄을 던지러 가기 전 백범 김구가 이끄는 한인애국단 앞으로 ‘선서문’을 썼다. “나는 적성(赤誠:참된 정성)으로서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회복하기 위하야 한인애국단의 일원이 되야 중국을 침략하는 적의 장교를 도살하기로 맹서하나이다.” 선서문의 날짜는 ‘대한민국 14년 4월 26일’이다. ‘적국의 수괴(일왕)을 도륙하기로 맹서’한 이봉창 의사의 선서문 날짜는 ‘대한민국 13년(1931) 12월 13일’이다. 두 의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적국 일제와 싸우다 순국했다. 뉴라이트들이 말하는 일본인 선조는 이완용·박제순·송병준 같은 매국노들이다. 당선 뒤 이들의 노선을 따르려고 마음 먹었다면 후보시절 출마선언도 이들의 묘소 앞에서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한국은 일제에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들을 ‘친일파’라고 부르지만 중국은 ‘한간(漢奸)’이라고 부른다. ‘한간’에 대해서 중국의 사전은 ‘중국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팔아먹은 사람으로 매국적(賣國賊), 내간(內奸:내부에서 암약하는 간첩)에 해당하는데, 곧 적과 내통해 나라를 배반한 중국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도 일본에 붙어서 한국 국가와 민족의 이익을 팔아먹은 한국인을 ‘한간(韓奸)’이라고 불러야 정확할 것이다.

이 한간(韓奸)들이 제 세상을 만난 것이 이 정권 아닌가? 이승만 학당 학장 이영훈과 김낙년 등이 함께 쓴 ‘반일종족주의’의 메시지는 한 마디로 ‘반한(反韓)·친일’이다. 일제 식민지배가 한국민에게 축복이었다는 일본 극우파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온갖 거짓 사례로 늘어놓았다. ‘반일종족주의’ 일본어판이 발간되었을 때 일본에서는 1인당 2권씩 판매를 제한할 정도로 한국 재점령을 꿈꾸는 일본 극우파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반일종족주의’의 공동 저자 김낙년은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장이다. 대한민국 순국선열, 애국지사들의 유일한 법정단체인 광복회의 공개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된 김형석은 취임 일성으로 “억울하게 친일 인사로 매도된 분들의 명예회복에 앞장서겠다”고 공언했다.

1948년 제정한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했다고 말하고 있고, 1987년 개정한 현행 헌법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 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말하고 있다. ‘친일찬양, 이승만 독재옹호’로 일관한 윤석열 정권의 행보는 이런 헌법 전문과 정확하게 배치되는 것이다.

대구·경북을 포함해서 전국적으로 부정평가가 높은 것은 이런 반대한민국적 행태가 스스로 부른 것으로 180도의 궤도수정이 없다면 그 미래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순천향대학교 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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