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선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4년 11월 03일(일) 22:00
1983년 12월 8일 중년 사내 2명이 순천 검찰지청 문을 두드렸다. 잠수사인 김용열(당시 42·여수시 국동)씨 일행의 손에는 청자 4점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완도군 약산면 어두리 앞 해저에서 키조개를 캐다가 청자 4점을 건져올렸다. 작업 현장에는 더 많은 청자 무더기가 있다”고 진술했다. 김인식 검사는 완도군 문화공보실 직원 등과 현장으로 출동했다. 김씨가 지목한 해역을 확인한 결과 수심 15m 해저에 청자가 묻혀 있었고 현장에서도 추가로 17점을 인양했다. 곧바로 문화재관리국(현 국가유산청)이 주관해 긴급 발굴단이 꾸려졌고 12월 혹한에 발굴이 진행됐다.

발굴단은 잠수사가 해저에서 철제 양동이에 담아 올리는 청자에 환호하면서도 한편으로 조바심이 났다. 청자를 실었던 배를 찾아내지 못하고 아쉽게 2주간에 걸친 1차 발굴이 종료됐기 때문이다. 1976년 국내 최초로 수중 발굴된 신안선은 중국 상선이었기 때문에 발굴단은 내심 완도에서 우리 선박이 발굴되길 기대했다. 완도선은 이듬해 3월 26일 2차 발굴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작업일지에는 “선상에서는 함성이 울렸다”고 감동을 적었다. 완도선은 우리나라 최초로 수중에서 발굴된 한선(韓船·우리나라 전통 선박)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12세기 고려선박인 완도선은 길이 9m, 너비 3.5m, 깊이 1.7m에 달하는 목재 범선으로, 10톤 규모로 추정된다. 완도선에는 끝부분이 마모된 청동 숟가락, 철제솥, 손때 묻은 나무망치, 나무 함지박 등 고려 선원의 생생한 선상생활을 엿볼 수 있는 유물도 적재됐다. 모두 3만 701점의 유물이 실렸고 청자가 3만 646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청자는 해남군 산이면 진산리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돼 ‘산이유형 청자’로 불린다. 실제 해남 산이면 일대에서는 106기에 달하는 청자 가마터가 발굴·발견됐다. 완도선은 목포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 복원 전시되고 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완도군과 오는 7일 완도군 생활문화센터에서 ‘완도선 발굴 40주년 기념 해양 실크로드 국제학술대회’를 연다. 우리 선박과 유물에 관심있는 분들이 관심을 가져봐도 좋을 듯하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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