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늦게 한 게 후회될 만큼 애정 생겼죠”
2024년 10월 31일(목) 20:30
[대한장애인배구 대표팀 주장 정옥실]
전남 여자 좌식배구팀 은메달 획득
얇은 선수층에 3연패 무산 아쉬워
“엉덩이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에도 배구가 제 꿈이에요.”

대한장애인배구 대표팀 주장 정옥실이 소속인 전남 여자 좌식배구팀과 종목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30일 막 내린 제44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여자 좌식배구 OPEN에서 전남은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약 9년 전 고향인 제주에서 택시 운행을 하다 우연히 손님으로 태운 제주 여자 좌식배구팀 선수가 체육관에 초대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때 ‘좌식배구’를 처음 접했다는 그는 “나는 장애인 스포츠가 있다는 걸 몰랐다. 나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장애’ 관련 무언가에는 일부러 눈도 돌리지 않았었다”며 “쉰 한살에서야 배구를 시작한 게 너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배구에 미친 듯 빠져든 정옥실이 지난 2022년 전남으로 이적한 후 팀은 날개를 단 듯 우승 행진을 이어나갔다. 전남은 지난 42회, 43회 장애인체전에서 2연패를 달성했고 2024 울산전국장애인선수권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에서 3연패는 무산됐지만, 정옥실의 열정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배구에 대한 욕심과 열정은 그 누구에도 뒤쳐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운동하고 나서는 온몸이 다 아프고 성한 곳이 없다. 엉덩이로 체육관 바닥을 하도 쓸고 다녀 수시로 종기가 나 목욕탕도 못 가지만 배구할 때만큼은 그 고통을 잊게 된다”고 웃어보였다.

2018년 대한장애인배구 국가대표로 발탁된 정옥실은 얇은 선수층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국내 좌식배구 인구가 다 실버(장년층)다. 부상 위험을 낮추는 바닥재가 깔린 전용구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넓은 일반 체육관에서 하다보니 엉덩이 끌고 공 주우러 가는 것도 일”이라며 “나이 들어서만 하는 운동이 아닌데 힘들고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쉽게 도전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신인 발굴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박정현 전남 여자 좌식배구팀 감독은 “대회 기간 선수들이 응급실 신세를 지는 등 몸상태가 좋지 않았는데도 최선을 다해줬기 때문에 은메달을 얻을 수 있었다”며 “잘 준비해 내년 대회에서는 다시 왕좌를 되찾겠다”고 전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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