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에 외국인 투수 5명…KIA 박재형 통역 “우승날 최고의 생일”
2024년 10월 30일(수) 20:35
“네일이 건강하게 돌아와서 기뻤죠”
생일날 ‘KS 우승’ 기쁨 두배
네일이 건넨 선물에 함박웃음

KIA 타이거즈 박재형 통역(가운데)이 생일 축하 어깨띠를 하고 제임스 네일(왼쪽), 에릭 라우어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의 박재형 통역이 잊지 못할 2024시즌과 생일을 보냈다 .

올 시즌 KIA 타이거즈는 선발진의 줄부상으로 힘든 시즌을 보냈다. 외국인 투수들도 부상자 명단에 잇달아 이름을 올리면서 올 시즌 KIA는 무려 5명의 외국인 투수로 마운드를 운영했다.

윌 크로우가 팔꿈치 통증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대체 외국인 선수로 캠 알드레드가 영입됐다. 크로우가 팔꿈치 수술로 팀을 떠나게 된 뒤, KIA는 대권 도전을 위해 알드레드를 대신해 ‘빅리거’ 에릭 라우어를 영입했다.

마운드 변화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올 시즌 팀의 에이스로 자리한 제임스 네일이 8월 24일 타구에 맞아 큰 부상을 당하면서 KIA는 우승 질주를 위해 대만에서 활약하고 있던 에릭 스타우트를 불러들였다.

덕분에 투수를 담당한 박재형 통역은 올 시즌 팀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한 명이 됐다.

통역은 단순히 선수들의 귀와 입이 되는 것뿐만 아니라 매니저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팀에서의 생활은 물론 낯선 타국에서 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일상생활도 챙겨야 한다. 성격, 취향도 다르기 때문에 선수 개개인의 면모를 파악하고 이에 맞춰주는 것도 중요하다.

챙길 게 많은 자리인데 무려 5명의 선수를 담당하느라 처음 KIA에 합류한 박 통역은 정신없는 시즌을 보냈다. 여기에 네일이 큰 부상을 당하면서 마음 졸이며 간병인 역할도 해야 했다.

돌아보면 험난한 시즌이었지만 박 통역은 자신의 생일이었던 10월 28일 힘들었던 것들을 모두 털어낼 수 있었다. 이날 KIA는 7-5 역전승을 거두고, 12번째 우승을 완성했다.

박 통역은 “내가 태어난 이후로 최고의 선물을 받았다”며 “박우진 통역과 홍명효 통역이 내가 고생할 때 옆에서 빈자리 잘 채워줘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엄청 뿌듯하다. 1년 동안 했던 것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특히 네일이 건강하게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올라 우승의 주역이 되면서 더 각별한 우승이 됐다. 박 통역은 부상 순간부터 복귀까지 옆에서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그는 “부상 순간에 나도 많이 다운되고 막막했다. 그래도 옆에서 최대한 긍정적으로 있으려고 하고, 나도 맞춰서 노력 많이 했다. 결과적으로 이렇게 성공적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 그것도 많이 뿌듯했다. 단어로 담을 수 없을 만큼의 뿌듯함이 밀려왔다”며 “잘 던져보라는 마음보다는 아무 탈 없이만 하고 내려오라는 마음이 컸다. 그 마음만 가지고 있었다. 대구에서도 잘 던지는 것은 욕심이고 무난히만 던졌으면 하는 마음이었다”고 언급했다.

큰 부상 이후 긴장감 가득한 경기에 나서게 된 만큼 누구보다 마음을 졸였고, 그만큼 더 기쁜 우승이 됐다. 그의 노력을 알고 있는 네일은 박 통역의 생일날 케이크와 함께 ‘HAPPY BIRTHDAY’가 새겨진 어깨띠까지 준비했다.

이날 네일의 요청으로 박 통역은 생일 축하 어깨띠를 하고 훈련을 하면서 축하 인사를 받았고, 우승이라는 거대한 선물까지 받았다.

그는 “KIA에 빚을 많이 졌다. 내년에 더 열심히 하겠다”고 활짝 웃었다.

/글·사진=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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