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생이 - 김대성 제2사회부장
2024년 10월 30일(수) 00:00
“거북아, 거북아(龜何龜何)/ 머리를 내어라(首其現也)/ 내어 놓지 않으면(若不現也)/ 구워서 먹으리(燔灼而喫也).”

‘삼국유사’에 전하는 가락국 시조 김수로왕의 탄생설화에 있는 고대시가 ‘구지가(龜旨歌)’에는 귀물로 여기는 거북이 등장한다. 대다수 사람은 여기서 나오는 거북(龜)이 당연히 바다거북이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김수로왕이 다스린 금관가야가 낙동강 하류의 김해평야에 있었다는 점에서 이 시가에서 거북은 민물거북이인 남생이로 보는 게 맞을 듯싶다.

우리나라 육지에 사는 민물거북은 남생이와 자라 두 종류가 있다. 한자로 자라는 별(鼈)이라 하고 거북은 귀(龜)로 써서 구별했는데, 우리 조상들이 ‘거북(龜)’이라고 불렀던 것은 바로 남생이다.

속담에 ‘방죽에 줄남생이 늘어앉듯 한다’는 것이 있는데, 물가에 남생이들이 줄을 지어 앉아서 볕을 쬐고 있는 모습을 나타낸 말이다. 전라도 지역에는 강강술래와 비슷한 남생이 놀이라는 놀이가 전승되기도 하고, 의약서인 ‘동의보감’에 남생이의 말린 배딱지나 오줌을 약재로 쓰기도 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만큼 남생이는 주변에서 흔하고 친숙한 동물이었다.

남생이는 주로 시골의 농경지 주변에 살았는데 논이나 용수로, 하천, 저수지 등에서 주로 발견된다. 성품이 온순하고 동작이 느려 사람들에게 쉽게 잡혔다. 1960년대까지 약재로 또는 보신용으로 먹기 위해 남획되면서 수가 급격히 줄었다. 또 급격한 경제 성장을 겪으면서 환경이 오염되고, 서식지가 많이 파괴된 것도 남생이가 멸종 위기에 몰린 중요한 요인이 됐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에서 남생이가 담긴 우표가 출시돼 반갑기 그지없다. (재)영암문화관광재단은 오는 11월 1일 열리는 ‘2024 영암월출산국립공원박람회’를 앞두고 월출산의 사계와 문화자원 사진, 영암군 캐릭터 3종이 담긴 우표 14개로 구성한 한정판 기념우표를 발행했다. 재단은 앞서 월출산 깃대종인 남생이를 활용한 굿즈 4종(씨름하는 남생이, 잠옷 입은 남생이, 남생이 그립톡, 남생이 에코백)도 출시했는데, 국립공원 월출산 탐방안내소 ‘국립공원 숍’에서 이 실물들을 영접할 수 있다고 한다.

/bigkim@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