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 아카이브의 힘 확인한 한강의 ‘푸른 山’
2024년 10월 25일(금) 00:00
광주일보가 발행하는 문화예술 전문 매거진 월간 ‘예향’은 한국 문화예술 아카이브(Archive·기록보관소)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초기 단편소설 ‘푸른 山’이 대표적인 사례다.

1994년 서울신문을 통해 등단한 한강은 그해 예향 7월호(통권 118호)에 ‘푸른 山’을 발표했다. 소설은 원고지 120매 분량으로 김진수 화백의 삽화와 함께 12페이지에 걸쳐 실렸다. 24세로 앳되지만 우수에 찬 한강의 얼굴은 30년이 지난 현재 작가의 모습을 엿보게 한다. 한강은 당선 소감에서 “무릎이 꺾인다 해도 그 꺾이는 무릎으로 다시 한 발자국 내딛는 용기를 이제 배워야 하리라”고 밝혀 5·18과 같은 국가 폭력에 의한 트라우마를 시적 산문으로 표현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 ‘소년이 온다’를 예고하는 듯 하다.

통상 작가들의 초기 작품은 향후 창작된 작품 세계 등을 조망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예향을 통해 발표한 ‘푸른 山’에도 한강 작품의 일반적인 특징인 시적인 산문을 비롯해 서정적 문체와 섬세한 감수성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한강 외에도 많은 작가들이 예향을 작품 발표 무대로 활용했다. 송기숙의 ‘은내골 기행’, 한수산의 ‘그리고, 새들은 울기 시작했다’와 같은 장편소설은 물론 이미란의 ‘또 하나의 이별’, 주인석의 ‘한여름밤의 꿈’ 같은 단편소설이 그것이다.

올해로 창간 40주년을 맞은 예향은 작가들의 작품 소개는 물론 품격있는 문화예술 특집 기사와 명사들의 생생한 인터뷰 등 다양한 콘텐츠로 지역은 물론 한국 문화예술의 아카이브 역할을 하고 있다. 한강의 ‘푸른 山’은 이런 예향 아카이브의 힘을 상징한다. 예향은 앞으로도 시대 흐름을 읽은 고품격 문화매거진 역할에 충실할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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