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패 신화 - 김여울 체육부 차장
2024년 10월 25일(금) 00:00
11번의 한국시리즈에서 11번의 우승, 말은 쉽다. 긴장감 가득한 무대에서 펼쳐지는 ‘강적’과의 맞대결인데 야구공은 둥글다. 하지만 타이거즈는 11번의 한국시리즈를 모두 우승으로 장식했다.

전신 해태시절부터 가을 챔피언으로 군림했던 KIA가 ‘V12’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우려의 시선 속 80년대생 첫 KBO 사령탑에 오른 이범호 감독은 정규시즌 1위를 이끌고 통합 우승까지 노리고 있다.

현역 시절 이범호 감독은 ‘만루의 사나이’로 통했다. 만루에서 무려 17차례 담장을 넘기면서 KBO 최다 만루 홈런 기록을 가지고 있다. 선수로 우승을 이룬 2017 한국시리즈에서도 그는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이 감독은 그해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앞선 시리즈 부진을 털어낸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렸고, 이날 KIA는 11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만루 상황이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던 강심장이지만 감독으로 맞는 한국시리즈는 다르다. 내 것만 하면 됐던 2017시즌과 달리 모든 것을 하나하나 살피고 결정을 내리고 책임을 져야 한다.

시리즈 개막을 앞두고 이범호 감독에게 ‘한국시리즈 불패’에 관해 질문을 했다. 한 번도 지지 않았다는 게 자신감인지, 부담감인지. 한국시리즈에서 단 한번도 지지 않았다는 건 기분 좋은 징크스이자 자신감이 될 수도 있지만, 대기록을 잇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범호 감독은 “2017년에 첫 경기에 지고 깨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후배들에게 ‘이것 깨지면 우리가 독박 써. 지금까지 선배들이 해온 역사다. 못하면 우리가 다 책임져야 한다. 집중해서 다시 가자’고 분위기 살려서 우승한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그리고 드디어 막이 오른 한국시리즈에서 KIA는 날씨의 훼방으로 포스트시즌 사상 첫 서스펜디드 선언 속 ‘2박 3일’의 1차전을 치렀다. 0-1로 뒤진 6회 초 무사 1·2루에서 재개된 경기, 압박감을 이겨낸 쪽은 KIA였다. 포커페이스 전상현으로 위기를 넘긴 이범호 감독은 분위기를 살려 ‘1일 2승’으로 우승의 유리한 고지에 섰다. 불패 신화, 부담감이 아닌 자부심이다.

/김여울 체육부 차장 wool@kwangju.co.kr

실시간 핫뉴스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