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없는 대표 - 윤현석 경제·행정 부국장
2024년 10월 24일(목) 00:00
미국 부통령 해리스와 전 대통령 트럼프 가운데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인가. 완전히 둘로 나뉜 미국의 60번째 대통령은 11월 5일 탄생할 예정이다. 연방국가인 미국의 대통령 선거제도는 이번에도 억울한 패배자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전체 득표율에서는 앞서더라도 스윙 스테이트, 즉 경합주에서 선거인단을 더 얻는 후보자가 권좌에 앉게 되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에도, 2000년에도 사례가 있었다.

미국이 연방 법률을 제정할 때 만들어진 이 독특한 선거제는 논란에도 200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 만약 직선제로 대통령을 선출하게 되면 인구가 적은 주는 언제나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어 선거권을 보장해주기 위해 도입된 것이 선거인단 제도다. 선거인단 수는 인구 비례에 따라 할당되는데, 모두 538명이다. 따라서 대통령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그 과반수인 270명을 확보하면 되는 것이다.

후보자들은 주(State) 선거인단을 단 한 표라도 더 얻으면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독식’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선거 후반으로 갈수록 경합주 쟁탈은 전쟁을 방불케한다. 비판의 목소리가 높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고, 헌법 개정도 어려워 미국 선거제도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부러운 것이 있다면 치열한 선거과정에서 해리스와 트럼프가 경제·무역·안보·국경·낙태 등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인식, 의견, 비전, 대책 등을 유권자 누구나 알기 쉽게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우리의 대표가 무슨 생각과 비전을 갖고 어떤 구체적인 대책으로 보다 미래로 향할 것인지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그들이 누구의 조력을 받아 어떠한 과정을 거쳐 국회의원, 대통령이 되는지 알 수 없는 ‘깜깜한 과정’을 거치는 것도 다반사다. 당 대표의 의중이나 몇몇 이너서클의 결정으로 국민의 대표가 된 이들이 국민, 국가에 봉사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등이 정파적 사고, 출세 지향, 맹목적 지지 등을 버리고 대통령·국회의원 후보자 등 국민의 대표에 대해 철저히 검증해야 할 때다. 아니 이미 그렇게 했어야 했다.

/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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