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해상풍력 ‘먹구름’…세계 최대 터빈 기업 투자 보류
2024년 10월 22일(화) 20:05
베스타스, 세계 시장 침체에 목포에 터빈공장 건설 투자 보류
신안 일대 해상풍력단지 개발 사업·신항 활성화 걸림돌 우려
세계 최대 풍력발전 터빈 기업인 덴마크 베스타스가 목포에 터빈 공장을 짓는 것을 보류했다.

전남의 핵심 현안인 8.2 GW 규모의 해상풍력단지 개발사업 차질은 물론 지역 해상풍력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전남도에 따르면 목포지방해양수산청 주관으로 진행된 지난 18일 ‘목포항만배후단지 입주기업체 모집(입찰)’을 마감한 결과, 응찰한 기업이 없어 유찰됐다.

특히 목포 신항만에 터빈 공장 설립을 결정한 베스타스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전남도 안팎에서는 당혹스러움이 역력하다.

전남도는 목포지방해양수산청에 베스타스가 입찰에 응할 경우 협조해달라는 공문까지 발송했으나 베스타스 경영 사정으로 입찰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스타스는 전 세계에 160GW(기가와트) 이상의 풍력 터빈을 공급하는 최대 기업으로, 전남도는 지난해 3월 주한 덴마크 대사관저에서 헨릭 앤더슨 베스타스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해상풍력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 4월에는 김영록 전남지사가 직접 덴마크 현지로 가 베스타스, 머스크, 목포시 등과 해상풍력 터빈공장 목포신항 설립을 위한 투자협약(MOA)까지 체결했다.

당시만 해도 베스타스와 머스크는 공동으로 3000억 원을 투자해 목포신항 항만 배후단지 20만㎡(약 6만 평)에 연 최대 150대 생산 가능 시설을 건립하고 2027년부터 양산을 목표로 했었다.

앞서 베스타스는 지난해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산업부와의 투자신고식을 통해 한국에 3억 달러(약 3900억원)의 투자를 신고한 바 있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투자 유치 성과로도 알려졌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직격타를 맞게 됐다.

베스타스측은 입찰 전부터 여러 차례 전남도와 공장 착공 시기를 미루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남도 관계자는 입찰 불참과 관련해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공급망 차질, 정책 불확실성 등이 맞물려 해상풍력 터빈 발주 물량이 떨어지는 등 침체기를 겪고 있는 시장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베스타스는 폴란드 터빈조립 공장 구축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스타스가 목포신항 공장 설립을 늦춘 데 따라 전남도 핵심 현안으로 신안 자은·임자도 일대에 추진중인 8.2GW 해상풍력발전단지 개발 사업에도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베스타스는 8.2 GW 해상풍력발전단지 사업 중 신안 우이 해상풍력발전(발전사 한화건설·400㎿), 완도 금일 해상풍력발전(남동발전·600㎿)사업의 터빈 우선공급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였다.

이들 사업 외 나머지 풍력발전 소재 부품 관련 기업들의 전남 유치 등에도 좋지 않은 시그널을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2025년까지 해남군, 대한조선주식회사 등과 해남 화원산단에 해상풍력 연관 기업 유치를 위한 배후단지를 조성하고 산단 지원 항만을 개발하는 구상에도 변수가 생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국 지자체 중 가장 큰 해상풍력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전남에 세계적 풍력 기업이 터빈공장을 설립하는 만큼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서의 전남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전남도도 아쉬움이 역력하다.

전남도 관계자는 “오는 11월 한국을 방문하는 일정을 계획중인 베스타스 회장과 만나 공장 건립 등을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