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웠지만 이겨냈다” 투혼의 네일…KIA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 ‘부상 복귀’
2024년 10월 22일(화) 19:35
한국시리즈 1차전 5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 호투
“팀이 원하는 대로 따를 것…어떤 역할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

지난 21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온 KIA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등판을 마무리한 뒤 관중석을 보면서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두려움을 이겨낸 제임스 네일이 투혼의 피칭으로 ‘가을잔치’를 빛냈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 21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2024 신한 SOL뱅크 KBO 한국시리즈 1차전을 통해 ‘V12’를 향한 여정을 시작했다.

비때문에 뒤늦게 시작된 이날 경기에서 두 팀은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삼성의 공격이 전개되던 6회초 우천으로 경기가 중단됐고, 결국 한국시리즈는 물론 포스트시즌 역사상 첫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다.

‘가을비’라는 불청객이 찾아오면서 어수선한 잔칫날이 됐지만 네일의 피칭은 한국시리즈를 빛낸 장면이 됐다.

네일은 지난 8월 24일 NC와의 원정경기에서 타구에 얼굴을 맞아 턱관절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당했다. 한국시리즈 출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네일은 재활에 혼신을 다했고, 놀라운 회복력을 보이면서 결국 마운드로 돌아왔다. 한국시리즈 1차전이라는 큰 무대를 부상 복귀전으로 삼은 네일은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6탈삼진 1실점의 호투로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줬다.

1회 시작과 함께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했고, 1루수 포구 실책도 나왔지만 무실점으로 1회를 막은 네일은 3회 실점 위기에서는 직접 공을 잡아 3루 주자를 태그 아웃 시켰다. 주자와 충돌하면서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도 했지만 네일은 괜찮다는 손짓을 하고 다시 마운드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다.

삼성 원태인과의 팽팽한 투수전 끝 6회 선두타자 김헌곤에게 홈런은 맞기는 했지만 네일은 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면서 자신의 부상 복귀전이자 첫 한국시리즈 등판을 마무리했다.

거침없이 공을 던지고, 적극적으로 수비에도 가담했지만 ‘두려움’은 있었다. 네일은 지난 9일 상무와의 연습경기를 통해 부상 이후 첫 실전을 소화했다.

이날 KIA는 마운드 앞에 선수 보호 차원에서 상무의 양해를 구하고 그물망을 설치했다. 네일은 1회 피칭이 끝난 뒤에는 그물망을 치우고 보호 장치 없이 타자들을 마주했다.

22일 네일은 “두려움을 극복하는 게 중요했다. (상무전에서) 1이닝을 소화하고 난 뒤에는 그물망 없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물망 없이 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했다”며 “어제 던질 때도 ‘이 타이밍에 스트라이크를 던질 것이고, 그때 타자가 스윙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두렵기는 했다. 하지만 두려움을 억누르고 하던 대로 하면서 이겨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팀의 우승을 위해 투혼을 선보인 네일, 그에게도 한국시리즈는 의미 있는 무대다.

네일은 “한국시리즈를 뛰게 돼서 정말 특별했고 즐거웠다. 부상 당한 이후 지난 7주 동안 다시 마운드에 오르기를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며 “올 시즌 150이닝가량을 던졌는데 재충전의 시간이 있었다. 그래서 좋은 스위퍼를 던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자신의 피칭을 이야기했다.

김헌곤에게 내준 홈런은 어쩔 수 없는 경기의 일부다.

네일은 “6회까지 0-0의 팽팽한 승부가 펼쳐졌다. 비가 오면서 마운드 상황도 좋지 않았는데 원태인과 좋은 피칭으로 0-0으로 가고 있었다. 6회도 몸상태가 좋기는 했다. 김헌곤에게 던진 공도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괜찮은 스위퍼를 던졌는데 맞았다. 어쩔 수 없다”며 “올 시즌에도 이런 상황이 많았는데 경기 후반에 뒤집는 경기가 많았다. 삼성과도 그런 경기들이 많았는데 우리 공격력과 불펜들을 믿는다. 잘 해줄 것이다. 이닝 잘 마무리해 줄 것이다. 역전해 줄 것이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건강하게 마운드로 돌아온 네일은 팀의 우승을 위해 투혼을 이어가겠다는 각오다.

네일은 “시리즈가 어떻게 가느냐에 따라서 역할이 달라지겠지만 팀이 원하는 대로 따르려고 한다. 부담감도 더 많고 스트레스도 더 심하기 때문에 한국시리즈에서 던지는 75구는 시즌 중에 던지는 것과는 다르다. 그런데 오늘 일어났을 때 몸상태, 어깨 상태 모두 좋았다”며 “팀이 필요할 때 역할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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