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생각 - 김지을 정치부 부장
2024년 10월 22일(화) 00:00
‘오빠야/내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생겨서 혼자 끙끙 앓다가/죽어버릴것만 같아서/얘기를 한다/…/나는 너를 좋아하고 너를 좋아하고/너도 나를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고/ 우린 서로 좋아하는데도 그 누구도 말을 안 해요.’

‘오빠야’(2015년)라는 노래 속 오빠는 누구일까. 신경 써 듣지 않으면 어느 오빠인지 헷갈릴만하다.

난데없는 ‘오빠 해석하기’가 정치권 핫 이슈로 떠올랐다. 명태균씨가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와 과거에 주고받은 카카오톡 문자를 공개한 게 발단이 됐다. 카톡엔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 용서해주세요’, ‘무식하면 원래 그래요’, ‘지가 뭘 안다고’라는 내용이 담겼다.

문자가 공개된 뒤 대통령실은 부랴부랴 ‘카톡에 등장한 오빠는 대통령이 아닌 김건희 여사의 친오빠’라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았다. 이 때부터다. 정치권이 국어사전 속 오빠의 2가지 정의 중 어떤 게 맞는 지를 놓고 해석이 난무하다.

국민의힘 김혜란 대변인의 글은 2라운드 벨을 울린 격이 됐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결혼 20주년 관련 글을 올리며 ‘오빠, 20주년 선물로 선거운동 죽도록 시키고 실망시켜서 미안해. 나 힘들 때 잔소리 안하고 묵묵히 있어줘서 고마워(이때 오빠는 우리 집에서 20년째 뒹굴거리는 배 나온 오빠입니다)’고 썼다.

이후 ‘배 나온 오빠가 누구냐’ 고 따져 물으며 대통령 부인을 조롱했다는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고 한다. 남편을 오빠로 표현한 게 명씨의 카톡 메시지의 ‘철없이 떠드는 우리 오빠’를 빗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오빠 뜻 찾기’ 논란 속에서 명씨 카톡의 ‘오빠’가 누구든 의문의 1패를 당했다. 대통령실 해명은 지칭하는 대상이 누구인지 여부를 제외하면 해당 내용이 틀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셈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서다.

1938년 유행했던 노래 ‘오빠는 풍각쟁이야’라는 가사 속 오빠는 ‘심술쟁이’, ‘욕심쟁이’, ‘트집쟁이’, ‘핑계쟁이’, ‘주정뱅이’, ‘짜증쟁이’ 다. 시기가 그래서일까. 가사 속 오빠를 그냥 흘려보내지 못하겠다.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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