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의 힘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4년 10월 21일(월) 00:00
해남은 1980년대 군곡리 패총(사적)이 발굴돼 학계에서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최근에는 군곡리 패총 9차 발굴을 비롯해 줄잡아 10여 건에 대한 시·발굴과 유적 지표 조사를 진행해 다시 한 번 이목을 끌고 있다. 군 단위 지자체에서 전방위적인 문화유산 재조명 사업을 벌이는 게 이채롭다. 올해 정부의 역사문화권 정비 사업에도 공모해 사업비 120억원을 확보했다. 이 사업으로 현산면 읍호·일평리 일대를 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역사문화 특화 공간으로 조성할 수 있게 됐다. 읍호리 일대는 140만㎡에 달하는 규모에 고분만 110기가 운집한 대형 유적이다.

그동안 진행한 발굴에서도 주목할 성과를 냈다. ‘거칠마 토성’에서는 마한(馬韓) 전통 제사 의례용으로 추정되는 공간을 확인했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三國志 魏書 東夷傳) 등에 기록돼 있는 마한의 별읍(別邑)인 소도(蘇塗)를 발굴로 뒷받침한 것이다. 독수리봉 고분군(전남도 문화재 자료)에서는 4세기에 조성된 마한 수장급 무덤을 발굴했다. 군곡리 패총에서는 배와 아궁이 토제품을 발굴했는데, 구조와 형태로 미뤄 실제 사용한 물건이 아니라 의례용품으로 추정된다. 우리 민족 고유의 부뚜막 신앙을 엿보게 하는 유물이다.

해남군은 정부의 역사문화권 정비사업에 대비하려고 마한 역사복원 TF를 꾸린데 이어 역사문화기반 TF로 확대해 문화유산 개발과 보존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역사문화권정비 특별법에 광주·전남지역 마한(馬韓)이 포함되자 맞춤형 대응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전국 최초로 이동박물관을 열어 ‘거칠마 유적 속보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주민에게 지역 고대사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해남군은 내친김에 지역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공립 해남역사박물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박물관 소장품 확보를 위해 ‘박물관 자료 수집 및 조례’를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광주·전남 대부분 지자체가 미래 산업 육성 등 먹거리에 열중하는 대세와 달리 해남군의 고대사를 활용한 지역 발전전략이 돋보인다. 해남군의 고대사 조명을 위한 여정이 결실을 맺기를 고대한다.

/penfoo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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