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관·문학관·대형 행사 한강 이름 사용 원치 않아”
2024년 10월 14일(월) 19:25
한승원, 광주시에 ‘딸의 뜻’ 전달

한승원 작가. <광주일보 자료사진>

“딸의 이름(한강)으로 큰 거 짓고 하는 것은 안된다. 대형 행사하는 것도 딸이 싫어한다”

광주시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해 검토했던 이른바 ‘복합문화공간’ 건립 계획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한강 작가가 아버지 한승원 작가를 통해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대형 사업에 대한 거절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한강 작가는 대신 ‘책 많이 읽고, 많이 사는 광주’를 만들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으며, 광주시는 한강 작가의 뜻에 따라 다양한 책 읽기 지원 사업에 나설 방침이다.

14일 광주시에 따르면 이날 장흥군 안양면에 있는 한강 작가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의 집필실 ‘해산 토굴’을 찾아 한승원 작가와 딸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기념사업과 관련해 논의했다. 광주시는 무등산 자락 옛 신양파크호텔 부지 내에 한강 작가의 수상을 기념하고, 다양한 문화를 담은 이른바 복합문화공간 건립 등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시장은 앞서 이날 오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통화하고, 관련 사업의 정부 지원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승원 작가는 광주시의 제안에 대해 “한강은 내 딸이 아니라 이미 독립적인 개체가 됐다. 장흥군에서도 (한승원·한강) 부녀 문학관 건립을 거론했는데, 딸은 자신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한승원 작가는 “대신 딸이 광주라는 도시가 시민이 책을 많이 읽는 도시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면서 딸이 태어난 광주 북구 중흥동에 ‘소년이 온다’ 북카페 등을 조성해 시낭송, 독서 프로그램 등을 진행하는 것을 제안했다.

이와 관련해 강 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차담회를 갖고 “‘전쟁에 주검들이 실려 나가는 데 무슨 잔치를 여냐’면서 기자회견을 하지 않고 큰 기념관, 화려한 축하 잔치를 원치 않는다는 한강 작가의 말을 가슴에 담아 그 성취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방법을 조심스럽게 고민하고 있다”면서 “작가 본인의 뜻을 반영한 아버지의 의견을 받들어 인문학 지평을 넓히는 쪽으로 기념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광주시는 일단 매년 시민 1명이 1권의 책을 바우처로 살 수 있는 정책을 선거법 안에서 찾기로 했으며, 건축 중인 광주대표도서관·하남도서관, 유치 추진 중인 국회도서관 광주분원 등 공공 도서관을 확대하고 ‘광주 인문학 산책길’을 조성해 ‘소년이 온다’ 북카페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시는 또 가칭 ‘광주 인문 르네상스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문화콤플렉스 조성, 독립서점 활성화, 2026년 전국도서관 대회 개최 등도 추진한다.

강 시장은 “한강 작가는 가장 개인적이고 지역적인 사안에서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길어 올렸고 세계인의 공감을 끌어냈다”며 “광주시는 5·18 정신 헌법 전문수록 개헌도 추진해 오월 정신이 세계로 확산하고 대한민국이 민주주의가 확고하게 정착되는 길을 닦겠다”고 강조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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