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기적’ - 박성천 문화부장
2024년 10월 13일(일) 22:00
노벨상은 매년 인류의 문명 발달에 기여한 인물에게 주는 가장 권위있는 상이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스웨덴의 화학자 겸 기업가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의 유언에 따라 제정됐다. 그는 젊은 시절 폭약사업을 시작했지만 공장이 폭발해 동생과 직원 등이 사망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주위 반대로 공장을 세울 수 없어 호수에 배를 띄우고 안전한 폭약을 만드는 연구를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다 마침내 노벨은 1866년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하기에 이른다.

노벨 사후 친척들 간 재산 다툼이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노벨상이 만들어진다. 알려진 유언은 ‘다이너마이트의 군사적 사용에 회의감을 느껴 재산을 기부해 노벨상을 만들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다. 노벨상은 모두 여섯 분야를 뽑는데 평화상만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에서 수여하고 나머지는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물리학상·화학상·경제학상), 아카데미(문학상), 카롤린스카 연구소에서 시상한다.

올해 노벨문학상에 광주 출신 한강 작가가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노벨문학상을 한국 작가가 수상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한국인 노벨상 수상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한강 작가는 광주 효동초등학교를 3학년까지 다녔다. 소설가인 부친 한승원이 중앙문단에서 활동하기 위해 서울로 터전을 옮김에 따라 서울로 전학을 갔다. 이후 풍문여고,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잠시 ‘샘터’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이 당선돼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까지 노벨문학상은 서구 남성작가 위주로 수여돼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한강의 수상은 아시아, 그것도 50대 초중반 여성에게 주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무엇보다 소설 기저에 ‘광주의 문학적 DNA’가 드리워져 있다는 사실이 눈길을 끈다. 소설 ‘소년이 온다’는 광주5·18의 참상을 시적인 문체와 절절한 감성으로 그린 수작이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세계적인 작가에게 박수를 보낸다.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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